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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 Jun 25. 2022

콘텐츠가 일상이 되어 버리면

일상과 콘텐츠의 경계


아름다운 것을 보아도 

맛있는 것을 먹어도

불꽃을 보아도 뱀을 보아도

나는 그저 콘텐츠로 담을 

생각 뿐이다 


이걸 어떻게 사람들에게 잘 보여주지?
이렇게 저렇게 궁리하며 찍어본다.


새소리를 들어도 바람에 잎이 스쳐도

물결이 흔들려도 그 자체를 감상하기보다는

잡음 없이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아내고 싶어한다. 

운동을 하면서도 의식한다. 

사람들이 쳐다볼 것을 의식하고

그럼에도 내가 운동했음을 또 

인증하기 위해 평소 가리던 내 모습도 

드러내어 보인다. 이곳이 어디라고 알려주고 싶으니까. 


발리에 가서도 이러겠지? 

지금, 여기 있는 곳을 즐기기 보다는 

지금, 여기를 어떻게 하면 보여줄까?를 

고민하겠지. 


똑같이 영상을 촬영하고 사진을 찍지만

마은가짐이 다르다.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찍기도 하지만 아름다워 보이는 것을 찍는다. 

지금도 메모장에 글을 쓰다가 블로그 앱을 켠다. 


나는 일상을 콘텐츠에 담아내는 걸까
콘텐츠를 위해 일상을 살아내는 걸까


나의 생각과 느낀점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과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해내는 것과

나를 브랜딩하는 것과 

지금을 그냥 사는 것.


어디까지가 선인 것이며

어디까지가 나인 것일까 

가볍게, 일상을 콘텐츠로 담아내고자 했는데

어느새 콘테츠가 너무 무거워졌다. 

'재밌는 일'의 기준의 만들어 낸다. 


소중한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소중하지 않는 순간들을 골라낸다. 


기록으로 남길 법한 시간과

그냥 흘려 보내도 되는 시간을 나누고

보여주고 싶은 순간들만 모은다.

마치 그게 제일 소중했던 것처럼. 


감상은 없고 기록만 남았다. 

지금은 없고 미래만 떠올린다. 


그렇게 내 삶은 편집된다. 

그게 오늘은 매우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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