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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 Jun 19. 2022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

보여지는 나

어제 2시가 넘어 잠들었다. 6시 20분에 알람이 울렸는데 생각보다 피곤하지 않았다. 

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엄청난 쓰나미를 준비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떤 가게(?)에 함께 있었다. 다 친한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서로 도와주고 있었다. 분위기는 긴장감이 흘렀다. 바깥의 풍경이 변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모든 것들이 다 떠내려 가기 시작했다. 엄청난 바람이었다. 정말 엄청난, 모든 것을 다 쓸어버리는 큰 바람이었다. 


나는 가게 입구의 문틀에 숨었다. 옆을 바라보니 물도 아니고 바람도 아닌 것에 모든 것들이 쓸려가고 있었다. 전봇대를 꽉 붙잡고 있는 사람을 바라본다.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치지만 생각을 접는다. 다시 문틀을 바라본다. 쓸려가지 않도록 벽에 손을 짚고 등을 살짝 기댄다. 내 양 옆으로 두 사람이 더 있다.   


도대체 무슨 꿈일까? 

신기했던건 그 쓰나미 같은 바람을 대하는 내 태도였다.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았다. 두려워 하고 있지 않았다. 그것이 올 것임을 미리 알고 있었기에 약간 긴장은 했지만 나를 집어삼킬 정도는 아니었다. 같이 어울렸던 사람들도 있었던거 같은데 잘 기억은 안난다. 엄청나게 살갑거나 친하게 지냈던 건 아닌 듯하다. 


다시 눈을 뜨니 6시 47분이었다. 곧장 일어나 늦게라도 켈리스 줌PT에 입장했다. 마지막 10분이라도 참여하며 스트레칭이라도 하고 싶었다. 오늘은 운동이 빡셨던 날이 었는지 마지막 10분까지도 골반과 허벅지가 불타는 운동을 했다. 기분 좋은 땀이 났다. 


차를 마신다. 허브차를 다 놔두고 둥글레차를 마신다. 속이 별로 좋지 않았다. 역시 어제 늦게까지 감자튀김을 먹어서 그런가보다. 유산균을 하나 털어주고 자리에 앉아서 글을 쓴다. 


오랜만에 대학 후배를 만났다. 서울에 올라온지 6개월이 되었다고 했다. 내가 자유로워 보였다고 했다. 평범하지 않았고, 다른 선택을 하며 살고 있었다고. 사실 그때의 나는 자유로워 보이는 선택을 했을 뿐, 실제 마음은 그렇게 자유롭지 못했다고 말해줬다. 요즘의 나는 잠재의식을 공부한다는 것도 말했다. 


아주 오랜만에, 몇 년만에 만나는거라 '어떤 말을 해야 하나' 나의 이미지를 고르고 싶었다. 에고가 올라오는거지. 내가 아무리 지금 평온하게, 나답게 살려고 한다고 해도 예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 앞에선 그게 쉽지가 않다. 아마 그때의 나를 찌질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찌질이가 지금은 이렇게나 달라졌다고, 잘 살고 있다고 무슨 인증이라고 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 마음이 너무 나를 피곤하게 만듦을 알기에 예전 동창들을 굳이 만나지 않는다. 초,중,고,대 다. 그래도 감사하게도 나를 기억해주고 먼저 연락을 해주었기에 가볍게 만나기로 했다.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 어떤 성격의 사람이면 좋을까?를 고민하며 옷을 입었다. 여러 벌을 입어봤지만 결국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입는 착장으로 정했다. 편하지만 이쁘다고 생각되는 옷, 신발, 가방으로.  


2시간, 길어야 3시간 정도 예상했던 만남은 밤 12시 반까지 이어졌다. 놀랍게도 이 친구는 나보다 더 예전부터 잠재의식에 대한 책을 보고 있었다. 마인드풀 정민님, 밥프록터, 켈리최까지 다 알고 있었다. 정신분석에 대한 개념까지도. 왜 우리가 지금에서야 만나게 되었는지 이해가 됐다. 


오늘 아침 눈을 뜨니 어제의 만남부터 떠올랐다. 내가 달라졌음을 느낀다. 내가 더 잘나보이고 잘 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물론 내가 하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게 없을 것이다.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일을 했고,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말했겠지. 그 말을 할 때는 잘 몰랐는데 오늘이 되니 내 마음이 느껴진다. 


보통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나는 매우 지친다.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쓴다는 뜻이다. 별로 나답지 않은 행동을 하거나 나다운 행동을 한다 하더라도 타인을 의식을 많이 했을 것이다. 약속을 연속으로 많이 잡지 않는 이유도 이거다. 너무 지친다. 피곤하다. 


특히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의 경우엔 그게 더 심하다. 그 사람이 잘 살고 있으면 잘 사는대로, 못 살고 있으면 못 사는대로 의식한다. 상대방과 나를 비교하며 내 위치를 정한다.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내 삶을 잘 살고 있는 남다른 나'로 포장하며 가난한 내 마음을 숨긴다.  


오늘은 심지어 4시간 밖에 못잤음에도 피곤하지가 않다. 그게 신기하기도 했지만 이 변화가 느껴졌기 때문에 글을 쓰고 싶었다. 상대가 어디에 있든, 무얼 하든, 나는 이제 나일 수 있구나. 내가 더 우월한 감정을 느끼지도 불행한 감정을 느끼지도 않는구나. 어제도 내 안에서 비교하고 재단하려는 마음이 삐죽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는거니까. 그냥 더 깊이 파고들지 않고 그렇구나 하고 넘겼기에 오늘의 내가 편할 수 있었던걸까?


어제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을 가지는건 중요하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정하고 그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 정말 그렇게 되니까. 겉으로 봤을 땐 나는 똑같다. 다만 기준이 달라졌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라는 질문의 중심은 이제 '나'다. 상대 눈에 좋아보일 것 같은 사람이 아니라 내가 좋아 보이는 사람을 고민한다. 그렇게 되고자 노력한다. 미세하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무게의 추가 이동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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