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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Dec 25. 2021

사랑하는 나의 친구에게 (1)

자기 치유와 회복의 방법

나는 지금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 안에 있어. 12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동안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문득 너에게 긴 편지를 쓰고 싶어 졌구나.     


우리는 질풍노도와 같았던 20대 대학시절을 공유했다가, 사회인이 되면서 멀어져 갔어. 각자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와중에 몇 번은 안부인사를 나누었던 것도 같고 한 두 번은 만나기도 했지만, 그 이상 연락이 이어지기는 쉽지 않았지. 각자 살기 바빴으니까. 네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가끔은 너를 떠올리긴 했지만,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아마도 인생 과업의 대부분을 마무리한 황혼기가 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었어.     


그래서 어느 날 너에게 갑자기 만나자는 연락이 왔을 때 반갑기도 하면서 한편 놀랐어. 그런데 너를 만나고 나서는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 가벼운 안부를 주고받고, 요새 어떻게 지내는지 담소를 나누다가 우리가 공유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웃고 떠드는 평범한 수다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너는 대뜸 내게 이렇게 말했잖아.      


이렇게 더 이상은 못 살 것 같아.
너는 혹시 다르게 사는 방법을 알고 있을까 싶어서 찾아왔어.  
  

나는 마흔이 넘은 다음에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어. 거의 일 년에 걸쳐 나를 찾는 여정을 마치고 자유로워진 순간, 이제는 전과 다르게 살기 시작한 그 순간에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거야. 내가 얻은 자유의 기쁨이 너무 커서 이것을 누군가에게 나누고 싶었고, “제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들을 제게 보내주세요.”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는데 그 기도를 들어주셨나 봐.     


이십 대의 우리도 많은 고민과 아픔을 공유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와 새삼 듣는 너의 얘기는 내게 큰 인상을 남겼지. 어린 시절의 결핍,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받았던 상처, 그리고 그것이 현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들으면서, 생존의 불안과 자기 존재가치에 대한 불신으로 힘들어하던 어린 네가 보이더라.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진짜 자유를 찾고 싶어 하는 너의 간절함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어. 나도 그랬으니까. 그리고 놀랍게도,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굉장히 많더라고. 사실 “어떻게 하면 다르게 살 수 있나요?”라고 내게 질문을 던진 사람이 네가 처음은 아니었거든.     


이제 너에게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되어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해보려고 해. 내가 일 년의 자아탐구 기간 동안에 해봤던 방법들이야.      


photo by daiga-ellaby on unsplash


1. 내면 아이 만나기


이것은 너의 과거를 위한 거야. 보통 ‘내면 아이 치유’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나는 그냥 ‘만나기’라고 부르고 싶어. 치유라고 하면 거창한 느낌이 들어서 부담되기 쉽거든. 특히 내면 아이 명상을 시도한 사람들 중에서 가끔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실망하는 사람들도 보았어. 그럴 필요 없는데 말이야.

    

내면 아이를 만날 때에는 그저 ‘만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되는 것 같아. 어린 시절 힘들었던 순간으로 돌아가서 그 아이가 얼마나 무섭고, 괴롭고, 외로웠는지 들어주는 거야. 꼭 내면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 중요한 건 그 아이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거지. 아이에게 마음이 어땠는지 물어봐주고, 들어주고, 함께 느껴주는 것이 중요해.      


그리고 그 아이가 받고 싶었던 말이나 행동을 현재의 네가 해 주렴. 부모로부터 받고 싶었지만 받지 못했던 것을 이제 네가 그 아이의 부모가 되어 주는 거야.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아무리 애를 써도 완벽한 부모가 될 수 없어. 어떤 식으로든 자식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지. 그리고 결국은 타인이기에 아이의 그 상처를 부모가 완벽하게 이해할 수도 없어. 하지만 너는 그 아이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 그 아이는 바로 너니까.     


나는 일곱 살 때 아끼던 인형을 빼앗겼던 경험이 있어. 그것이 나의 내면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되었고. 나는 작년에 그 아이를 위로하기 위해서 장난감 가게를 돌아다니며 비슷하게 생긴 인형을 찾아보려고 애를 썼어. 빼앗긴 걸 돌려줌으로써 내면 아이를 위로하고 싶었거든. 결국 비슷한 인형을 찾지는 못했지만 내면 아이는 그것만으로 큰 위로를 받았을 거야.     


내면 아이를 주기적으로 만나서 그 상처를 치료해 주면 뭐가 좋을까? 애착 이론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로 내적 작동 모델이라는 것이 있어. 이것은 쉽게 말하면 한 사람이 ‘자신, 타인, 세상을 보는 관점’이지. 이것은 아들러 심리학에서 말하는 ‘생활양식’과도 유사한데, 8세 이전에 거의 완성된다고 봐. 그러니 그 시기에 상처를 받은 아이들은 부정적인 세계관에 사로잡혀 있을 가능성이 높아.      


‘세상은 위험해,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아. 나는 사랑받을 수 없어. 나는 남들에게 잘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어.’ 부정적 세계관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자기 자신도 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내면 깊숙한 곳에서 끊임없이 저런 소리가 올라오거든.      


어떻게 이렇게 비합리적이고 왜곡된 생각을 할 수 있냐고? 이것은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것이기 때문이야. 아이들의 주된 과업은 세상을 탐색하면서 ‘이 세상이 안전한지, 나는 여기에서 가치 있는 존재인지’를 확인하는 것인데, 어린 시기에 부정적인 경험들이 많으면 위 질문들에 대해서 ‘이 세상은 위험하다, 나는 여기에서 없어도 되는 존재이다’라는 답을 내리게 되는 거지.      


그 뒤에는 살아남기 위해서 생존전략을 짜게 돼. 누구의 도움 없이도 험한 세상을 해쳐나갈 강인한 존재가 되던지, 자신을 보호해 줄 권위자를 찾아서 그 사람의 눈에 들려고 애쓰던지. 어떤 전략이든 그 아이는 평안하지 못해.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 자신을 보호할 수 있고, 존재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그러다가 성인이 되어 어느 시점에 번아웃이 오는 거지. 너와 나처럼.     


“고작 어린아이일 때 생긴 세계관이 어떻게 성인이 되어서까지 영향을 미치겠어요?”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반문할지도 몰라. 물론 내적 작동 모델은 한 번 생겼다고 영원한 것은 아니야. 성장기에 그와 반대의 경험들을 쌓으면서 충분히 변화할 수 있지. 어릴 때에는 세상이 무서웠지만, 크면서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을 수 있어. 내가 자유를 얻은 것도 내적 작동 모델이 변화했기 때문이었어. 나는 예전에는 ‘세상은 내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 나를 보호하시는 하나님과 선한 이웃들의 도움을 믿기 때문이지.    

  

하지만 내적 작동 모델이 수정되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평생을 생존의 두려움과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한 의문에 시달리면서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미친 듯이 애를 쓰거나, 공허한 마음으로 방황하면서 살게 돼. 사실 남들이 보기에 아주 유능하고 존귀한 사람들조차 그 심령은 매우 가난하단다.      


그들은 반복된 패턴의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 뿌리는 어린 시절에서 온 것이지. 너도 이미 알고 있듯이 네가 현재 어려움을 겪는 그 문제, 직장상사와의 관계는 결국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관계 패턴과 일치하잖아. 그것을 스스로 깨달은 내 친구, 정말 장하다.     


내면 아이를 만나서 말해줘. 세상은 그처럼 두렵지 않고,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존귀하고 사랑받을만한 존재라는 걸. 이제 어른이 된 네가 어린아이인 너를 보호하고 사랑해줄 거라는 것을. 그 아이가 당장은 믿지 않더라도 자주 찾아가서 그렇게 위로하고 안심시켜줘.       


스스로 내면 아이 치유가 필요한지 아닌지 모를 경우에는 여러 검사도구들이 있지만, 온라인에서 무료로 쉽게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로 ‘성인애착 검사’ 링크를 걸어 둘게. 검사 결과를 보면 너의 세계관을 알 수 있을 거야.     

http://typer.kr/test/ecr/


내면 아이 명상은 책이나 유튜브에 많이 나와 있으니 여러 가지 찾아보고 네가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될 거야. 혹시 그것들이 잘 맞지 않는다면 어렸을 때 기억들 중에서 지금까지 마음의 상처로 남은 것들을 그저 글로 자세히 써 보는 것들도 도움이 될 거야. 모닝 페이지라고, 의식의 흐름을 따라 쓰는 글쓰기 방법도 유용하다고 들었어. 그게 아니더라도 그냥 일기를 쓰거나, 가까운 사람에게 이야기를 털어놓거나 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권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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