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반복된 패턴 끊기
내면 아이 치유는 일정 기간 동안 노력한다고 깨끗이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야. 그러므로 우리는 치유와 동시에 현재의 어려움을 다루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아까 반복된 문제 패턴이 있다고 했지? 일이든 관계든 말이야. 사실 일도 결국 들어가면 관계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먼저 그 패턴을 분석하고, 거기서 너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봐.
처음에는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잘 모를 수 있어. 그저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고만 생각될 수 있지. 그 경우를 위해 일단 <가짜 감정>이라는 책을 추천해줄게. 우리의 화는 표면일 뿐 그 이면에 다양한 감정 –서러움, 슬픔, 외로움, 지침, 공허함 등- 이 있단다.
그리고 너를 힘들게 한 상황이나 사람에게 비난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 감정 뒤에 숨어있는 너의 진짜 욕구를 살펴봐. 비난하지 말라는 것은 단순히 착하게 살라는 의미가 아니야. “비난은 좌절된 욕구의 비극적 표현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외부를 비난하는 순간에는 너의 내면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야. 너는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하는 것이 훨씬 건설적이지.
그렇게 감정과 욕구를 반복해서 보는 훈련을 하다 보면, 네가 가진 근본적인 두려움이 보일 거야. 그 두려움은 앞서 말한 내면 아이의 상처와 관련이 있어. 아까 화 이면에는 다양한 감정이 있다고 했지? 그런데 그것을 더 파보면 결국 두려움으로 연결되거든. <인생수업>이라는 책에서도 우리에게는 사랑 아니면 두려움밖에 없다고 했어. 그것은 성경 말씀과도 일치한단다.
근본적인 두려움이 뭔지 모를 경우 애니어그램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어. 나는 이십 대에 이걸 처음 접했는데 그때는 그냥 성격 테스트인 줄 알았지 뭐야.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까 이것은 두려움에 관한 것이더라고.
자기 유형을 파악하면 내가 어떤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어떤 패턴으로 행동하는가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 그 패턴이 고착화된 것이 성격인데, 성격이 미성숙할 경우 관계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거든. 하지만 걱정 마. 성격은 패턴화 된 반응일 뿐이니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거든. 나는 애니어그램에서 나오는 말 중 이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
우리는 우리의 성격을 뛰어넘는 존재다.
예를 들어 볼게. 내가 속한 3 유형의 두려움은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야. 이 유형의 사람이 나쁜 방향으로 가면 끊임없이 뭔가 성취를 하려고 해. 많이 이룸으로써 사랑받기 위해서지. 대단한 사람이 되어서 과시하고 싶고, 그래서 남들의 칭찬을 받고 싶고, 그것을 사랑으로 착각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
그런데 뭔가를 성취하기 위해 자기감정을 억누르고 일에만 매진하다가 스스로를 잃어버리거나, 뭔가를 이루기 위해 에너지를 다 쓰느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소홀해져. 결국 성취하느라 사랑은 잃게 되는 거야. 나도 한 때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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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두려움, 그로 인한 행동 패턴을 파악했으면 그것을 끊어야겠지. 어떻게 하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일단 나는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비교적 쉬웠어. 두려움이 몰려들면 기도하면서 하나님한테 피하면 되거든.
신학적으로 두려움은 ‘하나님의 임재가 없는 상태’라고 해. 하나님이 나의 보호자 되시고, 내 필요를 다 공급해주시고, 나를 태초부터 지으시고 사랑하시는 것을 믿으면 두려울 게 없지. 성경에도 나오듯 말이야.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쫓나니(요한일서 4장 18절 중)”
그리고 다음 방법으로, ‘이 두려움이 진짜인가?’ 계속 생각하고 그 근거를 찾는 거야. 만약 나에게 ‘직장에서 거절을 잘 못해서 여러 가지 일을 떠맡고 힘들어하는 패턴’이 있다고 하자. 그때 나의 생각은 이런 방식으로 흘러갈 수 있어.
지금 업무가 많은데 상사가 추가 업무를 제안한다
거절하면 나를 쓸모없는 사람 취급할 것이다
상사가 내 욕을 하고 다녀서 직장 내 평판이 나빠진다
승진에서 누락된다
결국 퇴사하고, 생계가 어려워진다
그럼 나는 추가 업무를 거절함으로써 생존의 두려움까지 이르게 되니까 거절을 못 하지. 너무 비약적인 생각이라고? 맞아. 이렇게 적어놓고 보면 그렇지. 하지만 보통 이런 생각은 너무나 쉽게 자동적으로 흘러간단다. 생각은 물줄기와 같아서 늘 흐르던 물길이 있는 쪽을 향해 자동적으로 가거든. 우리가 할 일은 그 물길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지. 어떻게 할 수 있냐고? 생각을 저렇게 쪼개고, 각 단계마다 이 생각이 맞는지 점검하는 거야.
거절하면 나를 쓸모없는 사람 취급할 것이다 : 정말 그럴까? 나는 이미 많은 업무를 맡고 있으니 그것만으로 쓸모가 있는데...
상사가 내 욕을 하고 다녀서 직장 내 평판이 나빠진다 : 정말 그럴까? 상사는 그냥 ‘이 직원이 지금 일이 많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 내 거절이 마음에 안 들어도 욕을 안 할 수도 있고, 상사 한 명이 욕을 한다고 해서 곧바로 평판이 나빠질 가능성도 크지 않지.
승진에서 누락된다 : 정말 그럴까? 승진은 직장 내 평판으로만 결정되는 건 아니잖아.
이런 식으로 내 생각의 합리적 근거를 찾다 보면, 이유도 없이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
그럼 다음 단계는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지. 상사가 추가 업무를 제안할 때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지? 거절하고 싶다면 어떻게 거절할 것인지, 만나서 얘기할 것인지 이메일을 보낼 것인지, 얘기한다면 뭐라고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행동계획을 짜서 조금씩 실천하다 보면 어느 틈에 달라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거야. 너에게도 이 방법을 권한다.
잘 되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마. 변화는 보통 네 단계를 거친다고 해.
무의식-무능력
의식-무능력
의식-능력
무의식-능력
처음에는 내가 어떤 패턴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거절 못 해서 쌓인 일 때문에 허덕이면서 건강을 해치고 속에 스트레스와 분노를 쌓아두겠지. 이것이 무의식-무능력 단계야.
그다음에는 ‘내가 거절을 못해서 일이 쌓이는구나. 거절을 못하는 이유는 생계의 불안 때문이구나.’를 깨닫는 것이 의식-무능력의 단계야. 이 단계는 알긴 알지만 실천은 못해. 사람들은 이때 ‘내가 또 이러고 있네’ 하면서 스스로 한심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럴 필요 없어. 원래 의식의 변화가 먼저 오고, 행동의 변화는 뒤따르거든.
행동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그저 의지만으로는 안 돼. ‘거절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막상 같은 상황이 닥치면 거절의 말 한마디도 못하고 어버버 하다가 또 일을 떠맡게 되지. 앞서 말한 것처럼 어떻게 거절할지 상세하게 계획을 짜고, 가능하면 미리 연습도 하는 게 좋아. 그러면 실전에서 성공할 수 있어. 이것이 의식-능력의 단계야. 의식하면 실천할 수 있는 단계.
이런 성공경험을 쌓다 보면 나중에는 과부하가 걸리는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거절의 메시지가 나오게 돼. 자연스럽게 나를 보호하고, 내 욕구에 따르는 게 몸에 배는 것이지. 너는 이미 의식을 하고, 행동도 시작했으니 머지않아 반복된 패턴을 끊을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