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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Dec 25. 2021

사랑하는 나의 친구에게 (3)

자기 치유와 회복의 방법

3. 나에게 잘해주기


과거의 상처, 현재의 문제와 별개로 우리에게는 ‘자기를 돌보고 사랑하는 것’이 필요해.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사실 어렵지? 사랑이라는 말만큼 흔하게 쓰이면서도 그 의미가 와닿지 않는 말도 없을 거야. 그럴 땐 그저 나 자신에게 조금 더 잘해주는 것, 조금 더 친절해지는 것을 생각해 봐. 너를 네 자식처럼, (그게 어렵다면) 네가 아끼는 후배처럼 생각해고, 그 사람에게 잘해주듯이 말이야.     


가장 먼저 추천하는 것은 나에게 시간을 주는 거야. 우리 같은 워킹맘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시간이지. 시간이 있어야 자아탐구도, 자기 돌봄도 가능한 거잖아.      


일도 하고, 애도 보고, 가사도 담당하고, 틈틈이 양가에 며느리 노릇, 딸 노릇도 해야 하는데, 거기다가 급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재테크 같은 것도 신경 써야 하는데 어떻게 시간을 낼 수 있냐고? 일단 네가 지금 하는 일들을 주욱 적어보고, 그중에서 ‘너 아니면 안 되는 것’을 뺀 나머지를 아웃 소싱해 봐. 반찬 같은 건 사다 먹어도 되고, 집안일은 가사도우미를 쓰거나 각종 성능 좋은 가전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고, 찾아보면 방법이 많을 거야.     


그렇게 하려고 시도하다 보면 스멀스멀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것들이 있어. “엄마라면 아이에게 건강한 밥상을 주어야 한다”라든가 “남편은 집안일엔 젬병이니까 내 손을 거쳐야 한다”와 같은 생각들. 이런 생각들 때문에 늦게 퇴근해서도 불 앞에서 동동거리고, 남편 손에 못 맡기고 다 내가 떠맡으려고 하게 되지.   

  

하지만 그 생각들은 사실이 아니야. 아이에게 건강한 밥상을 주면 좋지만, 언제나 꼭 그래야 되는 건 아니잖아. 되도록 그렇게 해주고 싶지만 못할 때도 있다는 걸 받아들여 봐. 집안일은 뭐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잖아. 다 큰 성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지, 곰손 남편이라도. 그저 그가 한 일이 내 성에 안 차는 것뿐이지 꼭 내 손을 거쳐야만 가능한 건 아니란 말씀.      


그렇게 시간을 얻으면, 그 시간을 온전히 네가 좋아하는 활동으로 채워봐. 처음에는 그저 가만히 누워서 쉬기만 해도 좋겠지. 출근해도 일, 퇴근해도 일인 우리의 삶에서는 가만히 있을 기회도 좀처럼 잡기 어렵잖아.     


그렇게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한 다음에는 ‘네 영혼이 기뻐하는 능동적 여가’를 조금씩 시도해보는 거야. 문요한 박사님 책에 나온 ‘오티움’이 바로 그것이지. 춤을 추던지, 그림을 그리던지, 어릴 때 했던 피아노를 다시 시작해도 좋고. 그게 뭐든지 행위 자체로 즐거운 것이면 돼.      


성취감과 혼동하지 않는 것에 주의해. 예를 들면 나의 오티움 중 하나는 글쓰기거든. 나는 내 머릿속 생각이 손끝에서 문장으로 완성되는 순간이 매우 즐거워. 손가락으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릴 때의 타격감도 상쾌하지. 즉 문장을 쓰는 순간을 즐기고, 그 결과가 하나의 글로써 나타나는 거야. 내가 아는 어느 분은 쓸 때에는 딱히 재미가 없지만, 완성된 글에서 뿌듯함이 느껴진대. 그분에게는 이게 오티움이 아닌 거지.     


처음부터 오티움을 발견하기는 어려울지도 몰라. 그래도 상관없어. 이것저것 마음이 가는 대로 해보는 것만으로도 신나지 않니? 그리고 한 가지 힌트를 주자면, 아주 어릴 때, 세상의 기준과 역할이 주어지기 전에 네가 좋아했던 행위를 떠올려 봐. 나는 어릴 때에도 글쓰기를 좋아했고, 그리기나 만들기는 젬병이었어. 그래서 성인이 되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취미에도 그리기나 만들기 종류는 전혀 들어가지 않았지. 그리고 너도 모르게 몰입하는 활동 또한 너의 오티움일 가능성이 높아.      


오티움뿐만 아니라 혼자 여행하는 것, 내게 알맞은 장소를 찾아 그곳에 머무는 것,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등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 나는 지금 혼자 프랑스로 향하고 있는 중이거든. 거기에서 발길 닿는 대로 걷기, 마음에 드는 가게에 들어가서 먹고 싶은 것 먹기, 소소한 물건 사기, 기도하기 등 내가 좋아하는 활동들로 하루하루를 채울 생각이야.      


그런데 어쩌면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구나. 나를 사랑해주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걸 알지만, 이게 앞서 말한 자기 치유와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겠다고.      


앞서 나의 감정과 욕구를 찾는 것을 이야기했지? 나에게 잘해줄수록, ‘나 감각’이 돌아오거든.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내가 어떻게 느끼고 뭘 원하는지 잘 알게 돼. 그러면 예전에는 두려움 때문에 억지로 너를 눌러왔던 순간들에 No라고 말하면서 너를 지키는 일이 더욱 쉬워지는 거지.            


친구야, 더 하고 싶은 말들이 많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니 이만 줄일게. 이 방법들이 네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photo by annie-spratt on unsplash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어. 너는 어린 시절의 상처, 그리고 그것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속상하겠지. 티 없이 밝고 맑게 자란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할 테고 말이야.     


하지만 고통 속에서 영혼이 깊어진 사람들이 주위 사람들을 치유하고, 사회개혁을 이끌어내고, 예술을 발전시킨다.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필요해. 나는 너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해. 어릴 때 받았던 차별과 억압이 너를 지금 그 자리–억압된 여성들을 위한–에 있게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아픔 속에서 성숙해진 너의 모습이 주위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게 될 거야. 그러니 너의 고통은 의미가 있는 것이지.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로마서 8장 28절)”     


  그리고 어차피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고린도후서 4장 18절)’해. 천국은 너처럼 심령이 가난한 자의 것이니까(마태복음 5장 3절).      


  행운을 빈다, 내 친구!  

        


                                                                                                            사랑을 전하며, 밍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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