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친구가 아이를 데리고 리치몬드로 놀러와서, 함께 8월 초 2주간 미동북부와 캐나다 여행을 다녀왔어요.
리치몬드에서 비행기로 뉴욕에 도착해서 4박 5일 있은 후 렌터카를 빌려서 코닝 - 버팔로 - 나이아가라 - 토론토 - 천섬 - 몬트리올 - 퀘벡 - 보스턴을 거쳐 다시 뉴욕 라과디아 공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네요.
먼저 뉴욕 편입니다.
- 뉴욕은 처음이었는데, 여기저기 여행 블로그와 유튜브에서 워낙 인생 여행지로 꼽는 분들이 많아서 엄청 기대했거든요? 근데 저한테는 좀 애매...하더라구요.
일단 길이 너무 더럽고, 여기저기서 대마초 냄새가 심하게 나요. 그리고 고도제한, 건물간 이격거리 제한이 없는지 수십 층의 고층빌딩들이 빽빽하게 밀집해 있어서 해가 안 들어요. 햇빛 쨍하게 들고 탁 트인 공간을 선호하는 저에게는 그닥... 처음 느꼈던 인상은 맨하튼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반지하방 같다는 것이었어요.
- 하지만 그 빌딩숲이 주는 묘한 매력들이 또 있더라구요. 타임스스퀘어를 걸으면 뭔가 기분이 고양되기도 하고... 게다가 워낙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본 곳들이라 친숙하면서, 내가 화면에서 늘 보던 그 곳에 실제로 서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어요. 아마 미국 영화나 드라마 찐팬이었다면 뉴욕을 최고의 여행지로 꼽았을 것 같습니다.
- 그리고 대부분의 관광지들이 모여 있어서 도보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편하다는 것도 특장점입니다. 전에 런던과 파리에 가 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것은 전세계적으로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도시의 특징인 것 같아요.
- 뉴욕에 4박 5일 있었는데, 숙소는 Courtyard New York Manhattan/Times Square였어요. 맨하튼에 있는 메리어트 계열 숙소 중에서는 그나마 좀 싼 편이고, 타임스퀘어 바로 근처라서 위치가 너무 좋아요. 웬만한 곳은 다 걸어갈 수 있고, 홀푸드와 CVS도 바로 근처에 있었어요. 근데 사방이 고층건물로 둘러싸여 있어서 저희 방이 31층에 있었는데도 해가 잘 안 드는 건 단점이었네요.
- 저녁 먹고 같은 건물 꼭대기 전망대에서 브루클린 다리 전망을 감상한 다음, 이서진의 '뉴욕뉴욕2'라는 프로그램에 나왔다는 Brooklyn Ice Cream Factory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네요. 2스쿱 짜리를 주문하면 2가지 맛을 선택할 수 있어요. 제 입에는 스트로베리가 맛있었네요.
- 오후에는 서밋전망대에 올랐어요. 맨하튼에 오면 고층 건물들을 잘 감상하기 위해 전망대에 오르는 게 관광 필수 코스라고 합니다. 그래서 각자 특색이 있는 전망대가 여럿 있는데, 서밋전망대가 온통 유리로 된 건물이라 예쁘다는 추천을 받고 여기로 선택했어요.
시간대별로 예약하고 들어가는 것인데, 노을지는 시간 이후로는 가격이 비싸져서 저희는 5시 타임으로 예약했거든요. 그 때부터 8시 넘어서 해질 때까지 버티느라 좀 힘들었네요. ㅎㅎ 하지만 노을지는 풍경과 야경이 너무 예뻐서 이걸 놓치기는 아깝습니다.
바닥이 유리라서 짧고 퍼지는 옷 입으면 속옷이 비칠 수 있어요. ^^;
* 셋째 날
- 오전에 모마에 갔습니다. 인상파 이후부터 현대미술까지 우리가 잘 아는 작가들의 작품이 잘 전시되어 있어서 재밌었어요. 메트로폴리탄이 파리의 루브르 비슷하다면, 모마는 오르셰 비슷한 느낌입니다.
모마에서 발견한 클림트 작품인데, 개인적으로는 여인 시리즈보다 훨씬 좋았네요.
- 모마에서 나와서 할랄가이즈에서 점심을 먹었어요. 어딘가 후기에서 본 대로 화이트 소스를 많이 뿌려달라고 했는데, 제 입맛에는 솔직히 치폴레가 더 낫더라구요. ^^; 혹시 지점마다 다른 걸까요?
- 아이들은 할랄가이즈를 원하지 않아서 가던 길에 보이는 쉑쉑버거에서 점심을 사줬는데, 본점이 아니라 그런지 한국 지점과 맛의 차이는 별로 못 느꼈어요.
- 그 다음 코스는 라이언킹 뮤지컬. 명성대로 무대장치가 너무 멋지더라구요. 근데 사실...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한다는 느낌은 못 받았어요. 스토리 다 아는 내용인데도 영어 대사가 정확히 안 들려서 더 감흥이 떨어졌는지도 모르겠네요. 저에게는 (대사를 이해할 필요가 없는) 라스베가스 카쇼가 훨씬 더 재밌었어요.
- 뮤지컬 보고 나오는 길에 캐릭터 분장을 한 사람들에게 저희 집 아동이 붙들려서 사진 찍었네요. 사진 찍고 난 다음 팁을 강요하기 때문에 이런 거 웬만하면 안 하는데 얼떨결에 그만... ^^; 20달러 요구했는데 '사진 찍기 전에 미리 얘기 안 했지 않느냐' 하고 10달러만 주고 왔어요. 강매(?)당한 것 치고는 잘 나와서 만족합니다. ㅎㅎ
- 저녁에는 타임스스퀘어를 산책하고, 허쉬스토어와 매그놀리아에 들러 구경했어요. 매그놀리아는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본 컵케이크를 사먹으려고 갔는데, (일반적인 미국식 컵케이크처럼) 엄청 맛없어 보여서 그냥 왔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바나나 푸딩이 유명하답니다. ^^;
* 넷째 날
- 일행이 아침부터 줄 서서 사다 준 에싸베이글과 블루보틀 라떼로 아침을 먹었어요. 에싸베이글은 명성대로 맛있긴 했는데 아는 맛이라 대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다만 남은 베이글을 냉장고에 넣었다가 다음 날 먹어도 맛이 유지되었던 점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리고 라이즈 뉴욕으로 갔어요. 이 곳은 생긴지 얼마 안 된 관광명소인데, 뉴욕의 역사를 볼 수 있는 박물관에 놀이시설을 결합한 곳이에요. 한 번쯤 해볼만한 체험이었어요.
- 점심은 다시 한인타운에 있는 소림마라에 가서 마라탕과 꿔바로우를 먹었네요. 주인이 한국인이시라 한국말 주문 가능하고 매우 친절하고 맛도 있었어요. 다만 마라탕 2그릇과 꿔바로우 한 접시에 100불이 넘는 돈을 주고 먹는 게 너무 아깝긴 했어요. 미국에 온 후 6개월 동안 마라탕 한 번도 못 먹었다는 저희집 아동의 읍소에 어쩔 수 없이 갔네요. ^^;
- 그 뒤 자유의 여신상 페리를 타러 갔습니다.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섬에 내려서 안에 들어가 보는 건 몇 달 전부터 예약이 다 찼다고 해서 못 타고, 페리로 근처까지 가서 구경하고 왔어요.
페리는 실내와 실외에 모두 자리가 있는데 당연히 실외에 있는 게 잘 보입니다. 다만 저희가 페리를 탄 날 강풍에 비 예보가 있어서, 용의주도하게 실외 자리 중 천막 아래 쪽으로 잡았거든요? 근데 천막에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어서 물이 떨어지고, 일단 배가 출발하고 나니까 바람이 엄청 불면서 비가 사방으로 들이쳐서 소용이 없었네요. 비 오는 날에는 비옷 입고 있는 게 아니라면 그냥 실내 창가 쪽이 안전합니다.
- 저녁은 '이서진 맛집'으로 잘 알려진 '징퐁'에서 먹었어요. 징퐁은 북쪽과 남쪽 두 군데가 있고, 점심에 딤섬 카트가 돌아다니는 곳은 남쪽 지점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동선상 북쪽이 편해서 거기로 갔네요. 명성대로 매우 맛있는데, 사실 한국에도 맛있는 딤섬집이 많으니 꼭 뉴욕에서 먹어봐야 할 맛까지는 아닌 듯 해요. 다만 직원분들이 매우 친절하고, 뉴욕 물가치고는 싼 편이라 저는 담에 뉴욕 오면 한 끼 정도는 또 들를 것 같아요.
- 밤에는 뉴욕 3대 재즈바 중 하나인 '버드랜드'로 갔어요. 아이들 동반할 수 있다고 해서 일부러 여기로 계획한 것인데 아이들이 방에 머무는 바람에 어른 둘만 갔네요. ^^ 테이블 자리와 바 자리를 예약할 수 있고 바가 더 싼데 무대에서는 좀 멀어요. 저희는 다행히 바 자리 중 잘 보이는 쪽에 앉았어요.
- 당일 공연자가 누구냐에 따라 입장료가 달라지고, 입장료 외에 어른 1인당 20달러 이상의 음식을 주문해야 합니다. 식사를 하고 온 터라 밥 먹기는 부담스러워서, 와인 두 잔에 티라미스 하나 시키니 얼추 가격이 맞았어요.
- 공연은 좋긴 했는데, 전에 가 본 워싱턴 디씨의 재즈바와 비교해서 큰 차이는 못 느꼈네요. 뉴욕 3대 재즈바라길래 공연자들도 아주 엄선해서 선정할 것 같았는데 딱히 그렇지는 않은가 봐요. ^^; 재즈바가 너무 좋으면 재즈바 투어 차 뉴욕 한 번 더 오려고 했는데, 그냥 집 가까운 디씨로 가면 될 것 같아요. ㅎㅎ
* 다섯째 날
- 오전에 숙소 체크아웃 후 뉴욕 공립도서관에 갔어요. 하루에 몇 번 관광객 투어가 무료로 있다고 해서 그 시간에 맞춰 왔는데 이미 매진이었네요. 표 받으려면 훨씬 일찍 가야되는 것 같아요. 그냥 건물 한 번 둘러보고 나왔는데, 고풍스러운 멋이 있어서 이런 곳이라면 책 볼 맛 나겠다 싶었어요. ㅎㅎ
- 공립도서관 근처에 블루보틀이 있어서 한 번 더 들렀어요. 오트라떼가 더 맛있다길래 이번에는 이걸 주문했는데, 곡물류 안 좋아하는 제 입에는 그냥 라떼가 더 나았네요.
- 그 옆에 'Ole & Steen'이라는 빵집의 '시나몬 스월'이 맛있다길래 하나 사 보았는데, 그냥 평범한 시나몬 번이었어요. 굳이 사먹을 필요는 없을 듯 해요.
- 레고스토어에 들러서 한참 구경하고, st. 패트릭스 대성당 한 번 들렀다가 점심을 다시 징퐁에서 먹었네요. 전 날 결제 착오가 있어서 그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겸사겸사 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