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단둘이 미국 정착기
칸쿤 여행은 재밌긴 했지만 아쉬움도 남았던 여행이었어요. 제가 휴양 여행을 별로 안 좋아하는 타입인 점을 감안하고 보셔요. ^^
- 저는 6월 셋째 주에 갔는데 비가 가끔 오고 날이 흐렸어요. 가이드 말로는 칸쿤에 우기는 따로 없지만 여름에 장마가 있대요. 제가 하필 그 때 간 거 같아요. 저는 휴양지 하면 푸른 하늘과 쨍한 햇빛을 기대하는 터라... ㅠㅠ 기분이 다운되어서 좀 실망이었는데, 일행은 전에 칸쿤을 가본 적이 있는데 그 때 너무 더웠어서 오히려 이런 날이 놀기 더 좋다고 좋아했어요. 개인 취향인 거 같아요. 암튼 저는 다시 간다면 겨울에 갈 거에요. 칸쿤은 보통 미국 동부 사람들이 겨울에 추울 때 오는 여행지라고 합니다.
- 숙소는 피에스타 코랄 비치 올 인클루시브였어요. 일단 호텔이 새 건 아니었는데 아마 칸쿤 호텔 대부분이 그럴 거 같긴 해요. 낡은 느낌이 막 드는 건 아니었고요. 어메니티가 다 록시땅인 건 마음에 들었네요. ^^
- 직원들이 생각보다 친절하지는 않더라구요. 멕시코는 처음이라 멕시코인들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네요. 물론 직원들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 수영장과 바다가 바로 붙어 있어서 바다에서 놀기 좋습니다. 그리고 해양 액티비티를 호텔에 예약할 수 있어요. 카약 같은 건 무료로 할 수 있고 스노클링은 유료입니다. 근데 제가 있던 시즌에 파도가 너무 세서 아무 것도 못했어요. ㅠㅠ 이번 여행이 불만족스러웠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적도 쪽 바다에 와서 스노클링을 못하다니... ㅠㅠ 아침 9시쯤 액티비티 센터 가서 그 날 액티비티를 할 수 있는지 확인 가능합니다.
- 식사 음식은 대체로 다 맛있었어요. 특히 디너 식당은 예약 없이 갈 수 있는 뷔페 식당 하나 말고 나머지는 예약해야 되는데, 꼭꼭 사전에 다 예약하고 가셔요. 퀄리티가 달라요. 특히 스테이크 식당은 예약 힘든데 포기하지 마세요. 바로 옆에서 탱코 추는 거 보면서 먹을 수 있고, 음식도 다 맛있고, 직원들도 친절했어요.
- 올 인클루시브라 하루종일 뭘 먹게 되기 때문에 디너 타임 예약을 늦게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특히 저희는 스테이크 식당 예약 남은 시간이 9시 반밖에 없다고 해서 그 때 갔는데, 더 일찍 갔으면 점심 먹은 거 소화를 못 시켰을 것 같아요. ㅎㅎ
- 스테이크 식당은 늦은 시간에는 바로 바뀌고, 사람들이 술 마시면서 춤춰요. 저희가 저녁이 늦어서 먹는 도중에 바뀌었는데, 음악소리 듣고 신난 어린이들이 튀어나가서 춤을 추니까 드레스 입은 금발 언니오빠들이 어찌나 당황하시던지... ㅋㅋ 결국 종업원의 제재를 받고 물러났네요.
- 데판야키 식당은 불쇼가 재밌었어요. 코스는 3개 정도로 양이 많지는 않았어요. 여기와 스시바가 붙어있는데, 스시바는 예약이 필요 없기 때문에 데판야키 식사 끝나고 바로 스시바에 앉아서 2차로 식사하시는 분들도 많았네요.
- 아침, 점심은 건물 안에 있는 뷔페와 수영장 쪽 식당을 모두 이용할 수 있어요. 수영장 쪽 식당은 음식 주문을 받고, 간단한 샐러드바를 이용할 수 있어요. 점심 메뉴 중 참치 세비체였나.. 암튼 참치 들어간 에피타이저가 회무침 맛이 나고, 시푸드 브로일이 약간 짬뽕 국물 맛이 나서 한식에 대한 그리움을 여기서 달랬네요. ㅎㅎ
- 선베드에 앉아서 지나가는 직원들에게 풀사이드바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데, 속도가 엄청 느립니다(주문이 밀릴 때는 음식을 헷갈려서 갖다주기까지...) 그리고 팁을 줘야 하기 때문에 미리 한 번에 여러 개 시켜두세요. ㅎㅎ 간단한 음료 주문 같은 건 풀사이드바에 직접 가서 주문하면 오래 안 기다리고 받을 수 있어요.
- 아침 일찍 투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새벽에도 간단한 빵과 커피, 스크램블 에그 등이 로비에 차려져 있어요.
- 저희는 핑크라군, 익킬세노테, 치첸잇사 투어를 신청해서 하루 돌았어요. 솔직히 세노테랑 치첸잇사를 안 갈 거면 굳이 칸쿤까지 올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세노테는 진짜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보통 식사를 한 다음 세노테에서 수영을 하는데, 투어에서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으니 먼저 놀고 남는 시간에 밥 먹어도 될 거 같아요. 밥은 걍 그래요. ㅎㅎ
- 핑크라군은 분홍빛을 띄는 염전인데, 아무래도 신혼부부 사진 스팟인 거 같아요. 맑은 날에 봤으면 예뻤겠지만 저희는 날이 흐려서 큰 감흥은 없었어요. 여기 오기 위해 차를 오래 타야 하기 때문에 사실 여기를 빼고 세노테에서 오래 놀고 싶었네요. 하지만 제 지인은 여기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고... (아무래도 날씨 복불복인 듯요 ㅎㅎ)
- 혹시 투어 상품이 작은 밴으로 이동하는 거면, 가능한 앞자리에 앉으세요. 뒷자리에는 창문이 없어서 엄청 답답해 보이더라구요.
- 칸쿤이 유카탄 반도에 있는데, 거기서만 나는 천연벌꿀이 특산품이라고 합니다. 전 쇼핑 귀찮아서 잘 알아보진 않았어요.
아이 방학이 너무 길고, 미국 동부까지 와서 칸쿤 안 가기도 뭣해서 넣은 여행인데, 재밌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했네요. 암튼 큰 숙제(?)를 하나 해치운 것 같아 후련합니다. 하지만 아직 디즈니월드가 남아 있다는... 흑흑
글고 다들 아시겠지만 비행기표가 여행 한두달 전에 갑자기 두 배 이상 비싸지거든요. 칸쿤 숙소는 일찍 예약해뒀는데 비행기표를 안 샀다가 크게 낭패봤어요;;; 남은 여행은 미리미리 계획하고 움직여야겠네요. 그리고 너무 모든 것을 보고 가려고 숙제처럼 하지 않고 진짜 마음이 움직이는 여행만 가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