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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의 미학

무계획 여행, 경주

by 밍이


추석 연휴에 경주 & 부산 여행을 다녀왔어요. 먼저 경주 편입니다.


이번 연휴가 긴데 중간에 당직이 하루 걸려서 딱히 여행 계획을 못 세우고 있다가, 명절 양가 미션을 마치고 갑자기 오후 늦게 출발하게 되었네요. 남편이 황리단길의 한옥호텔 예약이 된다 해서 '이 황금연휴에 당일 예약이라니?' 하고 반신반의하며 왔는데 역시나... 날짜를 착각한 것이었어요. ^^;


밤 11시 넘어 도착했는데 예약 안 되어 있다는 말을 듣고 잠시 멘붕에 빠졌지만, 다년간의 무계획 여행 노하우로 얼른 인근 숙소를 검색해서 들어갔습니다. 짐을 풀고 잠시 나와서 대릉원을 산책했어요. 밤에도 적당히 조명이 있어 산책하기 좋더라구요. 내친김에 문 닫은 황리단길까지 둘러보고 왔어요.


다음 날은 도파민 중독자들의 성지! 경주월드입니다. 사실 여기를 가기 위해 경주를 온 것이지요. 작년에 미국에서 '킹스 도미니언'이라는 어트랙션 최강자 놀이공원을 연간 회원권 끊어 다니던 아들이 한국 와서도 너무 그곳을 그리워하다가 '경주월드'에 비슷한 놀이기구들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몇 달째 데려가달라고 성화였거든요.


표는 경주월드 홈피에서 제휴 카드 할인이 제일 싸고, 그다음 홈피 인터넷 예약이 네이버 예약보다 아주 쪼금 쌌어요. 저는 10월 생일이었는데 회원가입하니 50% 할인 생일자 쿠폰을 주더라구요. 생일이 있는 달 동안에 쓸 수 있대요.


경주월드 내 음식점이 별로라는 얘기를 듣고, 가기 전에 인근 식당을 검색해 들어갔습니다. '월성돼지국밥'이라는 곳이었는데, 대개 고기국밥들의 국물이 뽀얀 것과 달리 여기는 한방재로 끓인 맑은 국물이라 잡내가 하나도 없고, 고기도 엄청 많이 들었더군요. 아침으로 먹기에 좀 무거웠던 것만 빼면 매우 만족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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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경주월드 입장. 가기 전에 유튜브 보고 엄청 공부한 아들이 가장 최근에 생겼다며 대관람차로 데려갔어요. 전 세계 5대밖에 없는, 부스가 움직이는 관람차입니다. 고정형과 이동형 둘 중 선택할 수 있어요. 스릴이 엄청나다고 들었는데, 저희는 딱 재밌는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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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남편과 아들이 신나게 각종 롤러코스터를 섭렵할 동안 저는 산책하면서 구경하고, 간식도 먹고... 중간중간 만나서 간단한 놀이기구를 같이 탔기도 했어요. 전체적으로 어트랙션들이 정말 굉장합니다. 후룸라이드는 제일 앞에 앉았더니 우비를 입고 탔는데도 엄청 젖었어요. 그리고 리모델링 한 지 얼마 안 되었는지 시설도 좋더라구요. 중간중간 유니버셜의 호그스미드를 생각나게 하는 장소들도 있었고요. 암튼 경주월드 넘 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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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폐장하고 나와서 황리단길로 갔는데, 추천 맛집 대부분이 8시 정도에 라스트 오더가 끝나더라구요. ㅠㅠ 하는 수 없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간식으로 배를 채웠네요. 저는 홍게닭강정이 맛있었어요. 금방 튀겨 나와 따끈한 데다, 이름을 듣고 봐서 그런지 어째 게의 감칠맛이 느껴지는 느낌... ㅎㅎ 남편과 아들은 십원빵을 정말 좋아하더라구요. 딴 데서도 많이 본 아이템인데 여기 게 반죽을 바삭하게 구워서 맛있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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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날은 경주 시내에 숙소를 도저히 못 잡아서, 일단 부산으로 가서 놀다가 돌아오는 길에 다시 들르기로 하고 퇴각.


여행 마지막 날에 다시 경주로 들어와서 일단 불국사로 향합니다. 그런데 사람이 진짜 무지 많았어요. 관람할 때는 그래도 그럭저럭이었는데 주차장까지 들어오는 게 한세월... 경주는 도시가 작아서 그런지 연휴에 관광객이 몰리면 다 수용을 못하는 것 같더라구요. 불국사 입구에서 차량이 정체하는 바람에, 제가 도중에 내려서 찰보리빵을 사가지고 돌아올 때까지도 차가 그 자리에 있는 매직.. 경주는 웬만하면 연휴 때는 가지 마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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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국사에서 본 석가탑과 다보탑은 멋졌습니다. 초 6 수학여행 이후 30년이 넘어서 다시 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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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음 석굴암으로 갔습니다. 입구에서 은행을 사서 먹으면서 산책로를 쭉 따라 올라가니 긴 줄이 나오더라고요. 그 줄 끝에 서서 따라 들어갔더니 건물 안에 있는 석굴암을 유리벽 너머로 볼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동굴 같은 데 등산(?)하다시피 기어들어가서 본 기억이 나는데, 그 정취가 없어져서 아쉬웠어요.

KakaoTalk_20251009_202324754_03.jpg?type=w1600 (허락받고 촬영했습니다. ^^)

그다음은 첨성대에 가려고 했는데 도로가 너무너무 막혀서;; 일단 중심가를 좀 벗어나서 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어느 분에겐가 추천받은 '장군암소숯불'로 갔는데, 여기 대박이었어요. 소고기를 100g에 12,000원 정도에 팝니다. 고기 질도 (아주 좋은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괜찮아요. 소고기가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가 2,000원. 셋이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7~8만 원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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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다 먹고, 인파에 밀려 나머지 구경은 포기하고 '국립경주박물관'만 보고 가기로 정했습니다. 폐장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뛰어들어가 데스크로 곧장 가서 '여기서 꼭 봐야 하는 것 몇 개만 찍어달라'고 했더니 친절하게 팸플릿에 표시해 주시더라구요.


도장 찍기 하듯 바삐 전시관을 도는 와중에도 박물관 퀄리티에 감탄이 나왔습니다. 케데헌 때문에 국립중앙박물관 위상이 높아져서 어깨가 으쓱했는데, 경주박물관도 그에 못지않게 세련된 감각으로 꾸며 놓았더라구요. 이렇게 바쁘게 볼 게 아닌데... 아쉬워하면서 눈도장을 찍고 나와서 에밀레종까지 보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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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는 길에 전기차 충전이 필요해서 '리한셀렉트'라는 호텔 주차장으로 갔어요. 차를 세워두고 충전을 기다리는 동안 근처를 산책했는데, 마침 보문관광단지더라구요. 이번 여행에서 여기는 못 보고 가나 아쉬웠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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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호의 야경을 즐기고 호텔 안으로 들어갔더니 서점이 눈에 띄었어요. 안으로 들어갔더니 거의 미니 교보문고 수준으로 잘해놨더라구요. 게다가 디피 된 책들이 다 제 취향 저격이라 깜놀.. 언젠가 여기 느긋이 머물면서 책을 읽고 싶다는 강렬한 바람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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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어요. (연휴 때 우르르 오지 말고) 여유 있을 때 와서 혼자 천천히 걸으면서 사색에 잠기는 여행에 제격인 것 같아요. 남편에게 조만간 혼자 경주 여행을 하겠다고 선언했네요. 그 선언이 곧 이루어지기를 바래봅니다.



[추천받은 맛집]

아리랑

현대밀면

영양숯불갈비

감포별미횟집

황남금고

동리

온천집 경주

스컹크웍스

어마무시

데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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