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편지, 그 수신인

하나님 나라

by 밍이
너희는 우리로 말미암아 나타난 그리스도의 편지니
이는 먹으로 쓴 것이 아니요 오직 살아 계신 하나님의 영으로 쓴 것이며
또 돌판에 쓴 것이 아니요 오직 육의 마음판에 쓴 것이라(고린도후서 3:3)


저는 처음부터 초자연적인 기적을 통해 신앙생활을 했기 때문에(내 생애 최고의 기적) 하나님의 존재를 의심해 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끔씩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허상 아닐까'하는 생각에 빠질 때가 있었습니다. 내가 체험한 기적도 사실은 내가 상상해 낸 허구에 불과하고, 하나님과 예수님, 천국과 지옥은 없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 인생을 낭비하면서 헛짓거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바울도 만약 부활이 없다면 크리스천들이 가장 불쌍한 존재라고 했듯이요(고린도전서 15:19).


그러나 그럴 때에는 저 자신을 봅니다. 제 안에 새겨진 예수의 흔적들을 봅니다.


예수를 모르던 시절의 내가 얼마나 곤고한 사람이었는지, 예수 믿고 나 자신이, 내 삶이 얼마나 변화되었는지. 내가 진리 안에서 얼마나 자유케 되었는지. 그것을 떠올리면 저는 결코 예수를 부인할 수 없습니다.


바울은 우리를 가리켜 '그리스도의 편지'라고 말했습니다. 예수 믿고 변화된 우리의 삶이 곧 예수를 증거하는 편지가 된다고요. 그 편지의 수신인은 아마도 믿지 않는 자들이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쓴 글의 첫 독자가 우리 자신이듯이, 그 편지의 제1 수신인도 우리 자신입니다. 자기 자신이라는 편지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예수를 확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자신의 삶만으로는 부족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럴 때 눈을 들어 글로 새겨진 증거, 곧 성경을 봅니다. 믿음의 선진들, 그중에서도 바울의 삶에 주목합니다.


나면서부터 로마 시민권을 얻을 정도로 부요하고 고귀한 신분이었던 그,

당대 최고의 학자였던 가말리엘에게 사사할 정도로 뛰어난 지식인이었던 그,

그런 그가 예수를 믿고 난 후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기고 죽는 날까지 복음을 전파합니다.

그것을 위해 매 맞고, 옥에 갇히고, 억울한 누명을 씁니다.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한참 낮았던 사람들에게 모욕과 업신여김을 당하는 일까지 감수하지요.


그처럼 냉철하고 똑똑했던 (그리고 아무리 봐도 착하거나 물렁하지는 않고 되게 깐깐해 보이는 ㅎㅎ) 그가 자기 인생을 바쳐 그런 삶을 살아낸 것을 보면, 그리고 그 진리의 정수가 담긴 서신서들을 써 내려간 것을 보면, 저 역시 결코 예수를 부인할 수 없습니다.


바라기로는 저도 누군가에게 '저 사람이 저렇게까지 할 정도면 예수가 진짜 구세주인 것 같다'라는 믿음을 주는 편지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 삶을 살아내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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