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가이드 역할

그렇게 멕시코

by 상현

과나후아또에서 나름 되찾은 정신으로 멕시코시티를 휘저어보자 마음먹어본다.

위험한 도시라는 소리에 약간은 겁이 났지만 어차피 가져갈 것도 없는데 하는 마음에 호스텔까지 지하철로 이동했다. (사실 가져갈 건 엄청 많았다. 카드가 잘 안된다는 소리에 5000달러를 현금으로... 카드 잘만 긁히더라.)


호스텔에서 미국 친구를 만나 테오티후아칸을 가기로 했다. 근데 이 친구가 70달러를 주고 테오티후아칸 투어를 예약해 놓은 것이다. 나는 반의 반 가격으로도 갈 수 있다고 이 친구를 살살 홀렸다. 살짝 고민하던 이 친구가 덥석 넘어오고 말았다. 잠시 어디를 갔다 오더니 예약을 취소했다고 한다. 그러더니 나만 믿고 따라가겠단다. 진짜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게 맞냐고 물으면서. 앗! 나도 말만 들었지 어떻게 가는 줄은 모른다.


지지부진한 인터넷 속도를 뚫고 테오티후아칸까지 가는 길을 검색했다. 역시 한국인. 그곳까지 가는 길과 방법들을 세세하게 인터넷에 남겨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낯선 나라에서, 말도 잘 안 통하는 나라에서, 어제와 오늘이 다른 나라에서 그 정보가 온전히 맞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였다. 동행을 얻었지만 갑자기 생긴 책임감에 불안감이 따라왔다. '대중교통으로 가는 길은 아마 힘들 거야.'라고 약을 깔아보지만 이 친구는 웃으면서 다 괜찮단다. 갑자기 무섭다.


다음날, 처음 가는 곳을 마치 잘 아는 것 마냥 애 하나를 끌고 다녔다. 그렇게 이상한 책임감을 등에 짊어지니 나도 좀 더 과감해지더라. 대놓고 길 물어보고 맞냐고 또 확인하고. 다행히 한국인 블로거의 정보는 대부분 맞았다. 일부 다른 점들도 약간만 응용하면 해결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다시 한번 한국인 최고!


그늘 한점 없는 테오티후아칸은 매우 뜨거웠고, 왠지 피라미드 꼭대기는 올라가야 할 것 같아 땀을 쏟아내면서 꾸역꾸역 올라갔다. 그 옆으로 진짜 가이드와 다니는 무리가 지나간다. 물이 있고 점심이 있었다. 우리는, 카메라만 있었다. 나를 따라와 고생하고 있는 친구의 눈치를 봤다. 괜히 미안하려다가 말았다. 내가 강력히 꼬신 것도 아니고, 작은 미끼를 덥석 문 것은 그 친구고, 나는 힘들 거라고 경고도 해줬고, 여기까지 잘 데리고 오지 않았는가. 끝나고 또 잘 데려다 주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결국 호스텔까지 안전하게 돌아왔다. 그리고 그 친구는 이후부터 보기가 쉽지 않았다. 한 방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일정이 달라 가는 곳과 가는 시간이 엇갈렸다. 일부러 날 피한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이다.


지하철 바퀴가 타이어다. 처음엔 신기해서 계속 쳐다봤다. 타이어 덕분에 지하철은 매우 부드럽게 움직인다.
더워 죽겠는데 어디까지 가야 하는거야? 끝이 안 보인다.
Piramide del Sol - 힘들지만 안 올라가볼 수 없지
꽤 높이 올라왔어. 달의 피라미드가 저렇게 보이잖아.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개미같은 사람들
잡상인이 너무 많아. 많아도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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