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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현 Jul 29. 2017

현지인을 대하는 태도

 멕시코시티의 공원(Alameda Central)을 거닐다 한 무리의 대학생을 만났다. 학교 과제를 수행 중인 그 학생들은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이내 카메라까지 들이대며 녹화를 시작하자 나 또한 적잖이 흥분했나 보다. 영어로 물어보는데 되지도 않는 스페인어로 대답하고 있다. 쑥스러운 듯 서로 질문을 미루기도 하며 시끌벅적했던 그들이 떠나고 난 후 뭔가 재미있는 일이 발생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대답을 더 잘할 수도 있었는데 하면서 아쉬움을 달래는데 그 청년들이 내가 반갑게 맞아들인 첫 현지인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생각에 빠졌다.


 나는 선량한 사람이며 나쁜 의도라곤 1g도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현지인들에게 다가간다. 

 "화장실은 어디에 있나요?"

 "이 물건은 무엇이고 얼마인가요?"

 "어떤 버스를 타야 하나요?"

 "사진을 찍어도 되나요?"

 아직까지 내가 물어보는 사람들은 항상 친절하게 대답해줬다. 


 하지만 상황이 역전되면 나의 태도도 바뀐다.

 "어디에서 왔어?"

 "어디로 갈 거야?"

 "여기는 어때? 멕시코는 어때?"

 사람들이 물어보면 나는 짧게 대답하고 그 자리를 피해버렸다. 위험한 곳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 모두가 도둑이나 강도가 아닐까 의심을 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결국 돈이 주목적이며 나에게서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려 부리는 수작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 내게 말이라도 걸 기미가 보이면 말을 들어보기도 전에 미리 피해버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게 몸을 피하고 나면 혹시라도 모를 위험에서 벗어났겠으나 뒷맛이 씁쓸했던 것이 있었다. 왜 항상 나만 잠재적인 피해자이며 그들은 잠재적인 범죄자인가? 그깟 돈 몇 푼 잃더라도 그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용기는 없는가? 다가가진 못하더라도 오는 호의라도 감사히 받을 순 없는가? 


 이날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내 공간 속으로 파고 들어온 이 대학생들로 인해 보다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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