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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현 Jul 23. 2017

결국은 사람, 함께

그래봤자 나는 혼자

 과나후아또에 와서 호스텔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처음 한 생각이 뭐였냐면 ‘도대체 여기서는 3일 동안 무얼 하며 지낸단 말인가.’였다. 생각만큼이나 작은 도시, 알록달록하지만 특별해 보이지 않는 곳. 반나절 정도면 시내를 다 둘러보고도 남겠지. 많은 사람들이 낭만에 빠지고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찬양을 마지않는 곳에서의 첫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과나후아또, 이 도시의 탓이 아니었다. 과달라하라, 레온을 거치며 힘들었다. 어렵게 시작한 여행에서 큰 재미도 못 느끼고, 몸도 좋지 않았었고, 외로웠다. 맞다 외로움이 문제였다. 3시에 나가 두 시간 만에 센트로를 둘러보고 ‘조금 예쁘지만 그렇다고 만족할 만한 정돈 역시 아니야’ 하고 생각했다. 침대에서 빈둥대다 미국인 하나, 이스라엘 사람 하나와 맥주를 마시러 나갔다.

 삐삘라 근처 바에서 마시는 모히또와 맥주. 그제야 이 도시가 아름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원활하게 의사소통이 되진 않았지만 같은 것을 바라보고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었기에 잠시 외로움을 잊었다. 그러면서 야경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워졌다. 이 도시가 좋아지기 시작한 거다.

 다음날, 같은 방으로 체크인 한 한국인 두 명과 함께 도시 곳곳을 헤집고 다녔다. 생각보다 우아한, 아름다운, 로맨틱한 도시. 3일이 지나고 나서 과나후아또는 떠나기 아쉬운 도시가 되었다. 과나후아또 자체의 매력도 있었겠지만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 준 것은 사람, 함께의 힘이었다.


 - 이러고도 가끔, 아니 자주 혼자 있고 싶어 지는 것은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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