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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현 Jul 30. 2017

너는 너의 하늘이 있는가

우물 안 개구리라도 되었으면

 호스텔 응접실에 앉아 물끄러미 다른 나라 사람들이 서로 맥주를 마시며 친해지고 있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도 가서 끼라고 하면 못 할 것도 없었지만 가끔씩, 아니 자주 무슨 말을 하며 웃고 있는지 이해를 못하는 순간이 오면 자괴감이 들어 그 자리를 버티지 못한다. 20년을 접했던 영어에 아직도 자신감이 없는 것이 부끄럽다. 이런 순간이 올 때마다 영어 공부 좀 열심히 해 볼 것이라는 후회를 한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영어는 또 딴 세상이다. 


 잠시 자리를 옮겨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떠들썩한 사람들의 소리가 아늑히 멀어질 때쯤 드러누워 있는데 사각형의 하늘이 보인다. ㅁ자 모양의 건물 가운데 따로 마련된 작은 휴식공간. 벽 쪽으로는 몇몇 꽃과 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간이 파라솔과 의자가 펼쳐져있는 4평 정도 돼 보이는 공간이다. 주로 담배를 피우러 나오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사각형의 하늘을 보면서 왜 개구리가 생각이 났을까. 정저지와가 떠오르면서 나도 우물 안 개구리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 순간의 개구리를 나 혼자 다르게 해석하고 있었으니까.


 한 뼘만큼의 하늘밖에 볼 수 없는 우물 안 개구리의 얘기를 처음 들었던 것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 후로 다시 듣고, 얘기할 때마다 개구리는 비웃음과 비난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개구리는 그만큼의 하늘이라도 마음에 품고 살지 않는가. 할 수 있다면 더 넓은, 훨씬 넓은 하늘을 품을 수 있는 우리는 시멘트 천장 아래서 벽만 보며 살고 있지 않은가. 


 짧은 순간, 하늘의 극히 일부분, 작은 사각형만큼만 하늘을 즐기고 있음에도 나쁘지 않았던 것은 잊고 살았던 하늘을 조금이라도 찾았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별다른 행동도 하지 않으며 시간의 사치를 부리던 그 순간도 조금의 하늘 덕분에 의미 있는 순간이 되었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시간에서, 하늘에서 벗어난 나는 한 무리의 외국인들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호스텔을 나섰다. 더 넓은 하늘을 맞이해보고 싶었다. 


 넓지 않지만 자기만의 하늘을 간직한 개구리는 더 이상 마냥 비웃음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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