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천국이라는 쁠라야델까르멘

너의 천국이 나의 천국일 수는 없어

by 상현

점수를 매기기에도 민망한, 욕을 쳐 먹어도 대꾸할 말이 없는 멕시코 여행은 쁠라야 델 까르멘에서 절정을 맞이했다. 한국에서의 나태하고 무기력한 삶은 멕시코 여행 중에도 이어지고 있었고 쁠라야 델 까르멘은 이번 여행을 다시 한번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다.


일명 여행자들의 천국 쁠라야 델 까르멘.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칸쿤과 대비해 저렴한 물가에 넘실대는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바다, 다양한 액티비티, 화려한 나이트 라이프. 수많은 여행자들이 들러가는 곳이다. 하지만 천국이라는 별명을 유지하려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지 않을까? 동행과 돈. 이 둘이 없는 나는 이곳에서 '재미없어', '짜증나'를 연발하고 있다.


숙소 바로 앞에 있는 바다를 처음 봤을 때 '강릉 앞바다랑 다를 바 없잖아'라고 생각했다. 스노클링, 다이빙, 유적 등의 각종 투어가 내 돈을 노리지만 그 어느 것도 끌리지 않았다. 가난한 여행자에게 큰 돈일뿐만 아니라

설사 돈이 문제가 아니더라도 가서 재미를 느낄 것 같지 않았다. (혼자라도 재밌을 것 같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갔을 텐데.) 그것은 모든 상품들을 그냥 지나쳐버리는 선택을 불러왔다. 그나마 한 것이 있다면 아쿠말비치에 간 것 정도. 아쿠말에서 바닷속에 몸을 담그고 이리저리 물살에 몸을 맡겨 보았지만 금세 심심해졌다. 아쿠말의 주목적 중 하나인 거북이 구경에도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누구 말이라도 통할 사람이 있을까 눈을 부릅뜨고 거리를 다녀보지만 웬일인지 한국사람은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05110036.JPG 사람 가장 많은 바닷가, 저녁에 원주민의 공연이 있기는 하다
05110032.JPG 재밌지도 않은 심심한 공연을 계속하고 있다.
05110039.JPG 이 바다를 보고 맑은 날 동해바다 같다고 하면 카리브해에 대한 모독인가?
캡처.JPG 유일한 위안거리, Heisenberg - 미드 브레이킹배드 주인공

무엇보다 최고는 더위다. 햇볕은 엄청 뜨겁고 기온은 높다. 소금 품은 습기도 참기 힘들다. 그렇다고 숙소에 있을 수도 없다. 숙소는 더 덥다. 이렇게 뜨거운 곳에서 에어컨은 밤 10시부터 틀어준다고 한다. 어느 곳 하나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는 이곳이 나에겐 최악의 장소였다.


무리해서 그나마 한 가지 좋았던 점을 찾으라면, 할 일 없이 쇼핑거리를 돌아다니다가 '하이젠버그' 티셔츠를 산 게 전부다. SNS에 올리고 친구의 부러움을 조금 샀던 정도?


'너의 천국이 나의 천국일 수는 없다.'

단신의, 가난한 여행자가 올 동네는 아니다. (스노클링, 다이빙을 즐긴다면 예외일 수 있다.)

원래 외로움은 북적이는 곳에서 증폭되는 법이다.


3박4일의 쁠라야델까르멘은 이게 끝이다. 그리고 멕시코도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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