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을 풍요롭게 했던 무리들이 떠난다. 일부는 아바나 공항으로, 일부는 산티아고로. 양쪽으로 갈려 헤어지는 그들은 이별을 매우 아쉬워했다.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며칠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정말 재밌었고 정말 많은 추억을 만들었나 보다. 그들은 그 헤어짐이 아쉽겠지만 나는 그런 헤어짐에 시샘이 났다. 언제나 쿨하게 헤어져 온 나였기에.
다 떠나고 M과 단 둘이 남았다. 갑자기 썰렁해진 까사 분위기에 서로가 어색했지만, 아바나의 뜨거운 날씨는 그런 분위기마저 녹여버렸다. 낮에는 아무것도 안 했다는, 이미 떠나버린 이들의 말을 이해하게 됐다. 까사에서 주는 간단한 아침으로 버티다가 오후 늦게나 드디어 밥을 먹으러 나갔다. 그리고 바에 가서 칵테일을 하고는 어제 자지 못한 잠에 빠져들었다.
셋째 날, 쿠바를 다 둘러보고 다시 아바나로 돌아온 K형과 함께 까사 주변의 거리들을 돌아다녔다. K형으로부터 오비스포 거리 이곳저곳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곳은, 아바나는 여행자가 다음 여행자에게 정보를 전달해주는 곳이다. 그것은 인터넷의 부재(하려면 할 수는 있다.)와 까사의 존재로 말미암아 가능한 것이라 여겼다. 까사 정보북으로부터 얻은 내용을 통해 암환전에도 도전했다. 밀수 같은 느낌의 이 단어에서 알 수 없는 두려움과 호기심이 동시에 몰려왔다. 공식 환전소 옆에서 정보북에서 본 사람을 찾아보려는데 잘 안 보인다. 환전 줄을 서는 것처럼 아닌 것처럼 기웃대다 보니 웬 아줌마 하나가 말을 걸어온다. 달러? 달러? 찾던 사람은 아니지만 암환전 딜러다. 조심히 옆에 있던 가게로 들어가 환전에 성공했다. 물론 공식 환전소보다 훨씬 좋은 환율로.
그리고 비냘레스로 가는 버스를 예약했다. M 그리고 일본인 한 명과 함께 하기로 했다. 아바나에서 떠나는 당일 투어가 있긴 했지만, 그곳에서 하룻밤 머물고 싶었다. 버스를 예약한 날, 더 많은 한국인이 오지 않을까 내내 기다렸다. 한국인으로 바글바글했던 까사에 지금은 동행을 더 구할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포기하고 거실에서 맥주나 마시고 있는데 자정이 넘어서 22살의 L이 왔다. M과 나는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까사에도 분위기와 흐름이 있는 것 같다고. 우리 둘 마저 가버리면 혼자 남을 수도 있을 거라며 겁도 주고, 이왕 가는 길에 같이 가면 재밌을 거라며 회유도 했다. 새벽 3시. 극적으로 협상 타결. 잠을 자고 일어나면 넷이서 비냘레스로 간다.
헤밍웨이로 유명해진 La bodeguita del medio, La Floridita가 있지만 이미 너무 유명해져서 대량 생산하고 있는 칵테일은 비싸고 맛이 없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곳으로 데려갔고 모두가 좋아했다. 아, 근데 이름을 까먹었다. 위치는 정확히 기억이 나는데. 하긴, 다닐 때도 이름은 모르고 그곳, 거기 했었다.
(구글맵에서 찾아보니 있다! 역시 구글 신! Sia Kara Bar.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