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냘레스에서 먹은 쿠바 최고의 음식

비냘레스하면 아드리아나까사죠

by 상현

M, 일본인 그리고 새벽에 극적으로 합류한 H와 함께 비아술(Viazul : 쿠바의 시외·고속버스 브랜드) 터미널로 갔다. 세 명은 미리 티켓을 예약해 놓아 괜찮았지만 H는 그럴 시간이 없었기에 터미널에서 당일 남는 좌석표를 구해야 했다. H의 합류를 적극 인도한 입장에서 많이 불안했다. 도시 간 비아술 운행 편이 많지 않아 매진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제 티켓을 예매한 것이기도 하다. 만약 남는 자리가 없으면 매우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자리가 없네? 미안. 너는 돌아가. 우리끼리 갔다 올게. 아바나 잘 지키고 있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 불안감을 키우는 건 티켓팅 시스템이었다. 잔여 티켓을 노리고 버스 시간보다 훨씬 일찍 갔는데 출발 30분 전에나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남는 티켓이 있는지 없는지도 그때 알 수 있다고 한다. 뭐 이런 불량한 시스템과 안내가 있나. H의 동행에 책임이 있는 나로서는 티켓부스에서 떠나지 않았다. 남는 자리가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혹시라도 남아 있는 티켓을 다른 사람에게 뺏기면 안됐다. 판매원과 어색한 눈웃음을 주고받으며 기다리길 거의 한 시간, 다행히 남는 자리가 있었고 티켓을 살 수 있었다. (허무하게도 꽤 많은 자리가 남아 있었다.)

20160517_123545.jpg 비아술. 그냥 고속버스다. 그래도 쿠바니까 사진 한번 찍어본다.

비냘레스까지는 네 시간이 걸린다. 더운 날씨에 대비해 비아술 실내는 지나친 에어컨 사용으로 춥다고 했지만 이번 버스는 아니었다. 중간에 30분 정도 쉬고 비냘레스를 향해 다시 달린다. 거의 비냘레스에 도착할 무렵,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예사롭지 않았다. 당장 내려서 구경하고 사진 찍고 싶은 풍경들이었지만 내릴 수는 없었다. 막상 도착해보니 약간은 평이한 듯한 풍경이 반겼다.

20160517_160316.jpg 마을이 있는 곳은 그냥 평범한 시골마을처럼 보인다.

먼저 예약해 둔 까사(Casa Adriana)로 갔다. 위치가 헷갈려서 한참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나 그렇게 힘들게 찾아간 곳은 방이 없다고 했다. 수리 중이라고. 분명 어제 전화했을 때는 방이 있으니 오라고 해놓고서는. 쿠바에서는 예약이 거의 무용지물이라고 숱하게 들어봤기에 크게 당황하진 않았다. 다만 그 까사에 머무르려고 했던 이유는 저녁이었는데 그게 아쉬웠다. 주인아주머니도 미안은 했는지 레모네이드 한 잔씩을 만들어 주었다. 더위로 땀범벅이 된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맛있는 음료였다. 발걸음을 돌리다 저녁이라도 요청해볼까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저녁만큼은 예약. 이건 직접 얼굴 보고 했으니 괜찮겠지.


다시 몇몇 추천 까사들을 찾아 돌아다닌다. 4명이 함께 머무를 수 있는 까사가 없다. 또 한참을 돌아다닌 후에야 방 2개를 잡을 수 있었다. 막상 까사를 잡고 나니 저녁을 다른 까사에서 먹는다는 사실이 미안했다. 까사의 숙박료는 대부분 정부에서 가져가고, 저녁 장사를 해서 수입을 얻는다고 들었다. 그만큼 저녁을 강매하는 까사들도 많았다. 어쨌든 우리네 까사는 저녁을 못 먹는다는데도 쿨하게 오케이 해줬다.


센트로로 나가 내일 있을 투어를 예약하고 아드리아나 까사로 갔다. 우리가 왔음을 알리고 잠시 기다리니 저녁이 나오기 시작한다. 전채요리를 시작으로 랍스터, 밥과 소스, 과일까지. 6쿡(약 7000원)으로는 과분한 식사로 느껴졌다. 랍스터는 크고 살이 통통했으며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밥에 같이 나온 팥죽 비슷한 소스는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았고 마지막을 장식한 과일까지 신선함의 극치였다. 잠은 못 자더라도 저녁을 이곳에서 먹은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아바나 호아끼나 까사의 정보북에서 수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이 이곳을 추천한 이유가 분명했다. 이날 먹은 저녁은 쿠바 3주 여행에서 가장 맛있으면서도 가성비도 훌륭했다.

05170019.JPG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맛의 연속이다.
05170015.JPG 이녀석 이전/이후의 랍스터는 랍스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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