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냘레스 워킹투어는 그냥 걷기

걸으니까 워킹이지

by 상현

저녁 식사 이후에는 까사 옥상에서 별을 안주삼아 맥주를 마셨다. 어떨지 궁금해서 찾아가 본 비냘레스의 클럽은 우리 스타일이 아니라 금방 나와버렸다. 가위바위보로 잠을 잘 방을 정하고 비냘레스의 처음이자 마지막 밤을 보냈다.

05170056.JPG 우리가 묵은 까사. 비냘레스의 까사는 전반적으로 예쁘다.
05170065.JPG 실내, 실외 겸용 클럽?

다음날 아침, 지난 저녁 식사보다 겨우 1쿡 싸지만 맛과 양에서 현저히 차이나는 까사의 아침을 먹고 투어를 하기 위해 출발했다. 일행들이 예약하는 대로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이게 워킹투어다. 차로 10분 정도 이동하더니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이윽고 산을 타기 시작했다. 쿠바의 뜨거운 공기와 지난밤 내린 비로 인한 습기가 하모니를 이루어 엄청 불쾌지수 높은 환경을 만들어냈다. 그 와중에 땀은 땀대로 철철 넘쳐흐른다. 첫 번째 휴식시간을 가질 때까지 '왜 돈 내고 고생이지?'라는 생각을 수십 번도 더 했다. 첫 번째 목적지까지는 완만한 오르막, 내리막이라 그래도 버틸만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먹는 생 야자수 한 잔! 때마침 산을 가득 채우고 있던 안개도 서서히 걷히면서 비냘레스의 풍경들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조금 긴 휴식으로 인한 체력 회복과 적당한 햇빛으로 바삐 사진 찍으며 놀았다.

05180089.JPG 워킹투어의 시작은 잔뜩 흐린 날씨. 더위, 습기와 더불어 최고로 불쾌했던 순간.
05180210.JPG 야자수 즙을 다 마시고 과육을 먹을 수 있게 다시 쪼개준다. 그걸 모르고 내껀 그 안에 쓰레기를...
05180243.JPG 쉬면서 먹은 각종 음료수들

열심히 설명하는 가이드의 말은 대충 흘려들으며(어차피 들어도 이해를...) 그 뒤만 졸래졸래 따라갔다. 어느 순간 맨 뒤에서 가이드와 일행을 보니 이거 오지탐험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투어는 시가 공장으로 향했다. 직접 시가 만드는 모습도 보고, 시제품을 피워보기도 했다. 그리고 '쿠바는 시가지'라는 생각에 15대를 사버렸다. 시가 체험 이후 선사시대 벽화를 보고 워킹 투어가 끝났다. 음... 말 그대로 워킹투어다. 시가 공장 빼면 두 시간 동안 그냥 걷기만 했다. 땀 쭉 빼며 다이어트만 잘 했다.

05180247.JPG 정글의법칙 찍으러 가는 줄
05180250.JPG 그러게는 안 보이는 시가공장
05180287.JPG 장인의 손길로 시가를 말아주세요!
05180310.JPG 선사시대벽화. 저 앞에서 단체 점프샷을 찍고자 하는 장대한 꿈이 있었으나 이미 다들 덥고 피곤하여 포기.

센뜨로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아바나로 떠날 차편을 구한다. 택시 삐끼들에게 가격도 물어보고 흥정도 해보지만 인당 20쿡 이하로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뒤에서 '한국사람이에요?'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 봐서 살펴봐도 한국인은 없다. '저예요.' 한 쿠바인이 능숙한 한국어로 우리를 부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알렉스. 한국어를 엄청 잘한다. 내막을 들어보니 신촌 독수리빌딩 근처 삼겹살집에서 2년 동안 일 했다고 한다. 신기함에 한참을 떠들었다. 알렉스도 택시 삐끼였다. 그가 잡아준 15쿡짜리 택시로 아바나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05180314.JPG 한국어 능력자 알렉스랑


그런데, 아바나로 가는 길이 아주 힘들었다. 에어컨 없는 이 택시는 창문을 열어놓고 달린다. 아니 창문이 아예 없다. 드센 바람을 맞는 것이 처음에는 좋았으니 계속 뺨을 때리니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게다가 기사 아저씨는 엄청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달렸다. 이것도 처음에는 빠른 비트의 흥겨움에 재밌었지만, 모~든 노래의 비트가 비슷하다. 분명히 다른 노래인데 같은 노래인 것 같다. 나를 괴롭히는 뜨거운 바람과 고막을 때리는 소리를 참고 4시간 만에 아바나에 도착했다.

05180009.JPG 중간에 기름 넣는다고 잠깐 선 택시. 기름은 페트병에 있던 것을 콸콸콸. 이 택시, 힘들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비냘레스에서 먹은 쿠바 최고의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