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온 아바나에는 새로운 한국인들이 와 있었다. 편하지 않은 택시여행으로 피곤했지만 내일 떠나는 B가 꼭 가고 싶은 데가 있다는 얘기에 M과 함께 따라나가게 됐다. 그곳은 쿠바의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코펠리아Coppelia'의 본점이다. '딸기와 초콜릿'이라는 영화로 유명해진 이곳은 쿠바인 뿐만 아니라 여행자들에게도 유명한 곳인가 보다.
해가 지고 나서야 도착한 이곳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대로변까지 줄이 나와 있어 이 줄이 맞나 싶었는데 앞사람에게 물어보고 나서 확신했다. B는 외국인이 들어갈 수 있는 줄은 따로 있다고 했다. 그곳은 에어컨도 나오고 줄도 없을 것이라는 설명도 하면서도 꼭! 쿠바인들과 같이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직원이 한 명 나오더니 30분 뒤에 마감을 한다고 우리가 있는 부분은 들어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며 말을 한다. 나야 괜찮았지만 내일 떠난다는 B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줄이 줄어드는 속도는 지지부진했지만 거의 30분을 기다린 끝에 우리는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 뒤로 몇 명이나 더 들어왔을지. 안내를 받으며 테이블에 앉으니 물부터 한 잔 가져다준다. 이내 주문을 받고, 미리 살펴둔 메뉴로 주문을 하고 잠시 기다리니 금세 아이스크림이 나온다.
접시 위에 아이스크림 다섯 스쿱 정도, 그리고 비스킷 몇 개와 가루들. 이 메뉴의 가격은 고작 5모네다 이다. 우리 돈으로 대략 250원 정도. 드디어 맛을 보는데 나쁘진 않다. 개인적인 느낌은 흔한 고깃집 후식 아이스크림의 상위 호환 정도다. 그래도 다섯 스쿱이나 먹기에는 많은 정도다.
아이스크림 먹는 속도가 뜸해질 때쯤 되어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이 큰 아이스크림 전용 식당(?)에 빈자리가 거의 없다. 그중 옆 테이블에서 먹고 있는 가족의 아이스크림 양이 무시무시하다. 아이 둘이 포함된 4명의 가족인데 벌써 빈 접시가 7개 째이고 한 접시씩 앞에 두고 먹고 있다. 그러더니 주문을 또 한다. 아이스크림을 미친 듯이 먹고 있다. 다른 테이블의 풍경도 양만 달랐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우리처럼 1인 1 접시는 찾아볼 수 없다.
여기의 아이스크림은 단순한 간식은 아닌 것 같았다. 한국에서 옛날에 겨우 날 잡아 경양식 집을 가듯이, 패밀리레스토랑의 초창기 베니건스나 TGI를 가는 것 같은 의미가 아닐까? 그럼에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 가격이니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외국인 전용 섹션으로 들어갔다면 아마도 보지 못했을 풍경이다. 배낭여행이라면 한걸음이라도 현지인과 가까워지는 게 답이 아닐까 싶었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나와 보니 그 많던 줄은 깨끗이 사라져 있다. 운 좋게 거의 마지막에 들어갈 수 있었나 보다. 아바나의 밤이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