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아바나의 미친 밤

말레꽁의 노상 클럽

by 상현

쿠바에 와서 오래간만에 신나는 시간들을 누렸다. 오랜만에 만난 한국사람들과 밤을 새워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고 여기저기 같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중에 도착한 날이 같아 비냘레스까지도 같이 다녀온 친구들이 있다. 각기 음악과 춤을 좋아하던 그들. 쿠바 5일째 밤이었다. 매일 저녁 마시던 맥주가 지겨워질 즈음에 친구들이 클럽을 가자고 했다. 딱히 즐기지도 않고, 오히려 가면 피곤하기만 한 클럽이지만 그날만은 친구들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12시쯤 되어 나갔을까? 미리 알고 있던 곳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지만 무슨 일인지 문을 닫았다. 우리는 택시기사의 추천으로 다른 클럽을 향해 이동했지만 그곳 역시 문을 닫았다. 클럽 갈 날은 아닌가 보다 하며 다시 까사로 돌아오는 길에 말레꽁을 지나고 있었다. 자정이 훨씬 넘은 늦은 시간이지만 방파제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쿠바 아바나의 밤, 말레꽁에서 마시는 맥주가 진짜라고 했던가? 나는 그곳에서 내리기를 권유했다. 클럽의 꿈이 부서진 친구들은 아쉬운 마음에 내리기로 했다. 가게에서 맥주를 사 한 병씩 손에 들고 바닷가 쪽으로 향했다.


맥주도 있고, 럼도 있고, 기타도 있고, 스피커도 있고, 젊음이 있고 우리가 찾아간 곳에는 술과 음악과 춤이 있었다. 낯선 모습의 이방인들을 본 쿠바인들이 다가와 말을 걸었고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알렸을 때 기타를 들고 있던 청년이 갑자기 '강남스타일'을 연주했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숨겨져 있던 우리 안의, 내 안의 흥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한국음악에 전부는 모를지라도 일부 시그니처 동작 정도는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노래, 적당히 들어간 술, 외국이라는 해방감이 어우러져 되지도 않는 춤사위를 펼치기 시작했다. 강남스타일로 시작한 우리의 광란의 밤은 어떤 노래를 들어도 아는 노래 같은 쿠바의 비슷한 비트의 음악들 속에서 여기저기 춤판이 벌어지게 만들었다. 이미 창피함 따위는 없었다. 되는대로 손발을 흔들고 엉덩이를 흔들면 환호성이 쏟아졌고 이에 자극받아 더 열심히 흔들었다.


몇 시간이나 있었는지 모른다. 이미 마신 술과 미친 듯이 흔들어댄 탓에(더불어 한낮의 찌는 듯한 더위에 지친 것도 영향일 테다) 지쳐가던 우리는 체력이 방전되어 감을 느끼고 자리를 정리했다. 떠나는 순간에도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허그와 하이파이브가 난무했다. 없어지지 않는 여운에 우리는 서로 미쳤다며 웃어댔고, 자고 일어난 다름에도, 서로의 마지막 날을 보낼 때에도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되새기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이미 한국에 들어와 있는 지금까지도 그날 밤의 말레꽁은 손에 꼽을 수 있는 최고의 기억이다.


* 기타리스트에게 건넨 10쿡의 팁

까사로 돌아오던 길, 친구들은 내게 지난밤 기타를 든 청년에게 10쿡(12,000원 정도)을 건넨 나에게 너무 많이 준 것이 아니냐며 뭐라 했다. 쿠바의 평균소득을 생각했을 때 어쩌면 한 달 수입 이상이 될 수도 있는 돈이다. 그러나 그 10쿡은 지금껏 내가 건넨 팁 중에 가장 아깝지 않은, 오히려 적지 않나 싶을 정도였다. 그만큼 그날 밤은 어디 가서 쉽게 얻을 수 없는 즐거움이 있었다.


* 사진이 없다.

쿠바 최고의 기억, 아니 이번 여행 최고의 기억이라고 할 수도 있는 순간이 담긴 사진이 없다. 사진 한 장을 꺼내 놓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미친 듯이 설명해줄 수 있는데 그럴 자료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그렇게 분위기에 미쳐 사진 한 장도 못 찍은 것이 아쉽지만, 그랬기에 사진이 없을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사진을 못 찍은 것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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