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니다드엔 맛있는 것이 없다

있을 수도 있겠지만 못 찾았다

by 상현

우리는 레오네 까사로 가기로 했었다. 아바나에서부터 트리니다드에 가면 레오네로 가야지 생각하고 있었고 가장 큰 이유는 까사에서 제공되는 저녁이었다. 맛있고 푸짐하기까지 한 저녁에 그 소문은 아바나에까지 퍼져 있었다. 택시기사에게 주소를 보여주고 물어물어 찾아간 그곳은, 그러나 우리가 머무를 수 없었다. 한동안 초인종을 눌러도 응답이 없어 그 앞을 서성거리고 있는데 맞은편에 있던 가게의 아주머니가 나오더니 지금은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이유인즉 지금은 휴가를 가 있고 사흘 뒤에나 돌아온다는 것이다. 사흘 뒤. 우리가 트리니다드를 떠나는 날이다. 하루도 머무를 수가 없는 것이었다.


괜찮았다. 우리에겐 두 번째 까사가 있었다. 저녁으로만 따지면 레오네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은 곳이다. 다행히도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하지만 그곳도 우리가 들어갈 곳은 없었다. 하필이면 그때 리모델링을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더 이상의 정보는 없었다. 결국 몇 군데 더 찾아보다가 가격 괜찮은 곳 하나를 찾아 들어갔다.


우리가 찾은 곳은 식당과 까사를 겸하는 곳이었다. 식당을 차릴 정도라면 음식이 괜찮겠지 하고 그날 저녁을 까사에서 해결했다. 그런데 또, '그러나'다. 여러 가지 메뉴를 시켰는데 링고스타는 냉동과 해동을 수십 번은 한 것 같은 맛이고 닭고기 요리는 먹다 남아 냉장고에 보관해둔 치킨을 한 달만에 꺼내 먹는 맛이었다. 그나마 생선이 입안으로 넘길 수 있을 정도였다. 아바나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고 처음 먹는 끼니였는데 음식의 절반 이상이 남아버렸다.


다음날부터 가이드북을 열심히 뒤져 이름 있는 식당들을 찾아다녔지만 겨우 조금 나은 정도였다. 우리는 현지인 맛집이라도 가보자 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식당 좀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절반 정도는 모른다 했고 절반 정도는 한 곳을 추천해주긴 했는데 그 한 곳이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곳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보니 입구 앞에 버젓이 'recommended on tripadvisor'라고 적혀 있는 게 아닌가. 세상 사람들과 우리의 입맛이 이다지도 다르단 말인가. 그쯤에서 우리는 맛있는 식당 찾는 것을 포기해버렸다.


맛있는 것을 포기한다고 해서 배고픈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먹어야 했다. 아무 데나 들어가 그저 꾸역꾸역 뱃속으로 음식물을 집어넣었다. 길거리에서 파는 2모네다짜리 피자가 그나마 먹을 만한 것이었다. 맛있다고 느꼈던 게 딱 하나 있었다. 즉석에서 뽑아주는 사탕수수 주스. 하지만 그것도 배를 채울 수는 없는 것이었다.


트리니다드. 괜찮은 술이 있었고, 멋있는 풍경이 있었으며, 아기자기한 도시의 맛과 음악으로 물든 밤이 있었지만 떠나는 것이 아쉽지 않고 오히려 기다려졌던 것은 아마도 음식 때문이리라. 한참 후에 만난 여행자가 트리니다드의 두 까사를 돌아다니며 맛과 양을 즐겼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다시 한번 속이 쓰라렸다. 왜 우리에겐 허락되지 않았는가.


져녁을 먹고나니 비가 내렸다. 이 비가 그나마 쓰린 속을 달래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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