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도시, 인터넷을 통한 정보검색도 불가능한 상황에 친절하게 정보를 알려줄 누군가가 없다면 무작정 나갈 수밖에 없다. 뜨거운 햇볕이 잦아들길 기다렸다 까사에서 나왔다. 터미널에서 걸어올 때 봤던 외곽지역과 다르게 중심거리는 여느 도시의 쇼핑거리의 모습을 보듯 깔끔한 도로와 말끔한 가게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특별히 볼 건 없네 하며 돌아가려는데 멀리서 타악기 소리가 들렸다. 마땅히 할 것도, 볼 것도 없는데 가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소리의 진원지는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각종 악기와 생활집기 같은 것을 두드리며 퍼레이드를 하듯 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농악을 연상시키는 흥겨운 리듬에 셔터를 누르며 학생들을 따라갔다. 익살스러운 학생들은 내 카메라를 보고는 서로 찍어달라고 다투기도 했다. 아쉽게도 행진은 금방 끝이 났지만 학생들과의 시간은 더 가질 수 있었다. 사진 찍기는 물론이고 악기 하나를 빌려 옛날에 배웠던 북의 리듬을 따라 해 봤다. 학생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치길래 내 어깨가 잠깐 올라가기도 했다. 한참 동안 어울렸다. 부족한 스페인어라 정확히 알아들었는지 의문이지만 그들의 음악은 '꽁가 까나발리'라고 했고 내일도 같은 시간에 행진을 한다고 했다. (아쉽게도 내일 그 시간이면 나는 까마구에이에 없다.) 해가 완전히 저물자 학생들은 하나둘 흩어졌고 나 역시 내리는 비를 기분 좋게 맞으며 까사로 돌아왔다.
다음날, 조금 더 넓게 까마구에이를 둘러보다 한 학교 앞에서 어젯밤의 학생들을 다시 만났다. 여전히 장난기 넘치는 학생들과 사진도 찍고 서로 농담을 하고 기분을 내 음료수 한 잔씩을 돌리기도 했다.(그래 봐야 10잔에 1쿡, 1200원 정도) 학교 건물 안에선 짓궂은 여학생들이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아무 이름이나 지어내 사랑해, 좋아해 외치고 있었다.
많은 여행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를 유혹하지만 정작 일반 여행자는 프로그램 속에 나온 것을 경험하는 것이 드물다. 하지만 까마구에이에서는 의도와 함께 섭외를 통해서만 만날 것 같은 경험을 했다. '쿠바 남부의 작은 도시, 까마구에이. 학생들이 만들어 나가는 문화, 꽁가 까나발리를 만나봅니다.' 우연찮게 들른 곳 까마구에이는 이 학생들 덕분에 조금 특별하게 다가왔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그때 받아둔 연락처로는 연락이 닿지 않았지만, 그 학생들의 장난기와 밝음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