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바뇨스
많은 곳을 다니다 보면 ‘**의 천국’이라는 별명을 가진 곳을 종종 만나게 된다. 바뇨스도 그중 하나였다. 바뇨스의 별명은 바로 ‘액티비티의 천국’. 번지점프를 비롯해 짚라인, 래프팅, 캐녀닝, 폭포체험, 캐노피, 노천온천 그리고 세상의 끝 그네. 천국이라는 별명에 비해 그 종류가 엄청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모두 좁은 마을 하나 안에서 즐길 수 있었고 무엇보다 비싸지 않다는 가장 큰 장점이 있었다.
아쉽게도 내가 머무는 내내 비가 내려 래프팅, 캐녀닝 같은 조금 활동적인 액티비티를 할 수는 없었지만 천국에 온 느낌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그중에 하나, 바뇨스를 여행자들의 위시리스트에 올리게 만든 것은 아마도 ‘세상의 끝 그네’가 아닌가 싶다. 사실 다른 액티비티들이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만 이 그네는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따라 하는 곳이 아직은 없는 것 같다. 산 꼭대기. 한쪽 언덕에 아름드리 자란 나무의 가지를 따라 두 개의 그네가 있다. 그네 밑으로는 낭떠러지가 있고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기에 약간 겁이 나기도 하지만, 그 두려움을 무릅쓰고 많은 사람들이 그네를 타기 위한 줄을 서고 있다. 단지 그네를 타기 위함은 아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발을 구르다 보면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는 멋진 기회를 만나기도 한다. 아마 모두들 그 사진에 혹해 바뇨스를 행선지로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내가 찍은 사진들은 인생샷이라 하기엔 많이 부족했다. 어떤 앵글로 찍어야 되는지 계획도 없이 막 찍은 결과다. 한번 더 가면 제대로 연구해서 멋있게 찍어야지.
바뇨스에 있는 많은 폭포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디아블로 폭포다. 자전거를 빌려 쉽게 갔다 올 수도 있는 곳이지만 비로 인해 투어버스를 타기로 했다. 이곳저곳 둘러보다 마지막에 디아블로 폭포를 들렀다. 그 규모가 무지막지하게 큰 것은 아니지만 아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보니 폭포를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게다가 계속되는 비에 불어난 폭포수를 한번 제대로 맞다 보니 없던 아드레날린이 순식간에 생겨났다.
심심하면 노천온천에 갔다. 부담되지 않는 가격에 약간은 쌀쌀해진다 싶을 때 따뜻한 물에 들어가 있으면 세상 편했다.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는 또 하나의 운치를 누릴 수도 있었다.
10분이면 마을을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동네다. 접근성이 그다지 좋은 곳도 아니다. 하지만 에콰도르에서 키토 다음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여행자에겐 유명하고 그만큼의 매력도 있다. 다만 며칠 머무는 동안 단 하루라도 맑은 날을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