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엽 처장의 넥타이에 ‘자유’, ‘평등’, ‘정의’
옷은 침묵하는 웅변(雄辯)이다. 옷장 속 한 벌의 옷에는, 말로는 다 전하지 못한 주인의 시간과 의지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우리가 주고받는 수많은 소통 속에서 가장 먼저 읽히는 것은 음성이나 논리가 아니라, 옷차림과 색감, 그리고 무늬가 직조해 내는 무언(無言)의 메시지다. 최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착용한 ‘한글 넥타이’는 그 복장 언어의 힘을 증명하며, 사법부가 나아가야 할 개혁의 방향을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드러냈다.
넥타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의지의 표식이다. 그 기원은 17세기 유럽 용병들이 목에 둘렀다는 크라바트(Cravat)*에서 시작된다. 이는 전장에서 목을 보호하는 실용성을 넘어, 고향과 주군에게 바친 충성심의 상징이었다. 이후 넥타이는 권위와 직업윤리를 대표하는 복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목을 감싼 작은 천 한 장이 곧 개인의 정체성과 결의를 대변하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법원행정처장의 한글 넥타이는, 사법 권위의 상징에 한국어의 정신을 새겨 ‘국민의 언어로 권위를 엮겠다’는 다짐을 매듭지은 선택이었다.
천 처장이 맨 넥타이는 검은색 바탕 위에 ‘자유’, ‘평등’, ‘정의’ 세 단어의 자모가 수 놓인 디자인이었다. 묵직한 검정은 법조인의 엄숙함과 중립, 그리고 변치 않는 권위를 상징한다. 그 위의 한글 문양은 우리말의 정서와 정체성을 담아, 국민과의 친근한 소통을 암시한다. “법원은 국민의 언어로 돌아가야 한다”는 그의 발언처럼, 이 넥타이는 복잡한 법률 용어 대신 이해와 공감의 언어로 다가가겠다는 무언의 약속이다. 권위의 구조물 위에 소통의 가치를 새겨 넣은 이 작은 매듭이야말로 사법부가 국민 중심의 개혁을 향해 묶은 첫 매듭이다.
옷은 개인의 취향을 넘어 시대의 공기를 품는다. 법관의 검은 법복이 공정과 절제를 상징하듯, 붉은 머리띠가 결의의 함성을 대신하듯, 복장은 언제나 가장 즉각적이고 직관적인 언어다. 정치인이 넥타이 색으로 이념과 신념을 드러내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옷은 그렇게 삶의 쌓임을 거쳐 언어가 된다. 천대엽 처장의 한글 넥타이는 사법부가 닫힌 권위의 문을 열고, 국민과 시선을 맞대려는 선언이었다. 옷과 소품은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기록이자, 시대를 향한 가장 정직한 웅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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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바트(Cravat) : 넥타이의 기원은 17세기 프랑스에서 유행한 '크라바트(Cravat)'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30년 전쟁' 당시 프랑스 왕실을 보호하기 위해 크로아티아의 병사들이 파리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무사귀환의 염원을 담아 병사들의 아내나 연인이 감아준 일종의 부적과도 같은 스카프를 하고 있었다. 이에 태양왕 루이 14세가 '저것이 무엇이냐'라고 묻자, 시종장이 질문의 뜻을 모른 채 그만 '크라바트(크로아티아의 병사라는 의미)입니다'라고 대답했고 이로부터 남자들의 목에 맨 스카프는 '크라바트'가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넥타이를 프랑스어로는 크라바트(Cravate)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