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인격을 빚고 행복을 완성하는 유일한 길
1. 행복은 인격이라는 그릇에 담긴다
우리는 늘 행복을 갈구하지만, 정작 행복이 어디에 머무는지는 알지 못한다.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행복은 단순한 쾌락이나 유능함이 아니라, 인격을 갖춘 삶에서 온다"라고 단언한다. 이는 행복이 외부의 조건이 아니라 내면의 성숙도에 비례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격이라는 단단한 성벽은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으며, 혼자 살거나 홀로 지낸다고 해서 완성되지도 않는다.
인격은 타인과의 부딪힘 속에서, 그리고 그 부딪힘을 포용하는 ‘사랑’이라는 비옥한 토양 위에서만 자라나는 생명체와 같다. 김형석 교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사랑이 인격을 키우고, 그 인격이 다시 행복의 출발과 완성이 된다는 선순환의 원리를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2. 관계의 매듭을 푸는 첫 번째 열쇠
우리의 삶은 수많은 관계의 실타래로 엮여 있다. 때로 그 실타래가 엉켜 갈등과 상처가 발생할 때, 우리는 흔히 시시비비를 가리려 애쓴다. 그러나 정호승 시인은 우리에게 따뜻하지만 준엄한 처방전을 건넨다. "관계가 힘들 때 사랑이 먼저다"라는 그의 말은, 모든 논리를 앞서는 것이 결국 인간에 대한 애정임을 깨닫게 한다.
사랑은 참으로 묘한 단어다. 누군가는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도 하고, 누군가는 사랑 덕분에 다시 살 용기를 얻는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 복잡 미묘한 사랑의 결을 네 가지—에로스, 스토르게, 필리아, 아가페—로 나누어 정의했다. 이 네 가지 사랑의 층위는 우리가 인격을 쌓아가는 단계와도 맞닿아 있다.
3. 열망과 안식의 이중주
사랑의 첫 번째 얼굴은 ‘에로스(Eros)’다. 이는 단순한 남녀 간의 끌림을 넘어, 아름다움과 진리를 향한 뜨거운 갈망을 뜻한다. 무언가를 열렬히 사랑할 때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생명력을 얻는다. 이 열정은 인격을 깨우는 첫 번째 불꽃이 된다.
그러나 열정만으로는 인격의 뿌리가 깊어질 수 없다. 이때 우리를 지탱해 주는 것이 ‘스토르게(Storge)’, 즉 혈연의 따스한 사랑이다. 김형석 교수가 강조한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의 따뜻함”이 바로 이 지점이다. 어린 시절 부모의 무조건적인 품 안에서 우리는 정서적 안정을 배우고, 타인을 신뢰하는 법을 익힌다. 이 안식의 경험이 있어야만 비로소 타인을 향해 나아갈 건강한 인격의 기초가 마련된다.
4. 영혼의 거울과 우정의 미학
인격이 사회적 성숙을 이루는 단계는 ‘필리아(Philia)’를 통해 완성된다. 필리아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친구 사이의 사랑이다. 정호승 시인이 말한 관계의 회복은 바로 이 필리아의 실천에서 시작된다. 나를 비워 타인의 자리를 만들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공감하는 과정은 인격 수양의 가장 치열한 현장이다.
필리아는 우리를 고립된 자아에서 벗어나 ‘우리’라는 광장으로 인도한다. 타인의 고통에 눈물 흘리고, 타인의 성취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낼 수 있을 때 우리의 인격은 비로소 사회적 향기를 풍기기 시작한다. 김형석 교수가 말한 “인격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의 질서”는 바로 이 필리아의 확장을 통해 가능해진다.
5. 사랑의 완성, 그리고 최선의 행복
마지막으로 도달해야 할 사랑의 정점은 ‘아가페(Agape)’다. 이는 자신의 이익을 구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헌신이다. 김형석 교수는 "사랑이 있어야 인격이 자라고, 그 인격만큼의 참된 행복이 따른다"라고 말한다. 아가페적 사랑을 실천하는 순간, 인간은 비로소 자기중심적인 삶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나보다 공동체를, 나보다 타인의 아픔을 먼저 생각하는 헌신은 개인의 행복을 넘어 사회 전체에 희망의 등불을 밝힌다. 저자가 말하는 ‘최선의 행복’이란 바로 이것이다. 사랑이 바탕이 된 인격을 갖추는 것, 그리하여 나의 존재가 타인에게 기쁨이 되는 상태. 그것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차원의 복락이다.
6. 사랑이라는 영원한 길 위에서
결국 인생이라는 긴 여정은 사랑을 통해 인격을 빚어가는 과정이다. 에로스의 열정으로 생의 의지를 다지고, 스토르게의 온기로 영혼을 채우며, 필리아의 우정으로 세계를 넓히고, 아가페의 헌신으로 삶을 완성하는 것이다.
목숨보다 귀한 사랑이기에, 우리는 관계가 힘들 때마다 다시 사랑을 선택해야 한다. 김형석 교수의 철학과 정호승 시인의 문장이 우리에게 일러주는 바는 명확하다. 인격은 사랑을 먹고 자라며, 행복은 그 인격의 크기만큼 우리 곁에 머문다는 사실이다. 사랑이 충만한 인격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도달해야 할 ‘최선의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