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삶은 언제나 나보다 앞서 있었다.
준비되었다 느낀 적은 거의 없었지만,
시간은 한 번도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나이 들어서도 나는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할 이유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일이 있다는 것, 불려 갈 자리가 남아 있다는 것,
완전히 밀려나지 않았다는 감각은
생각보다 사람을 단단하게 만든다.
그것이 감사임을 안다.
나는 틈틈이 글을 쓴다.
무엇을 남기려 하기보다
흩어지지 않기 위해서다.
말하지 못한 생각과, 삼켜 넘긴 감정이
문장이 되어 자리를 찾을 때,
그 과정을 견딜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로 남는다.
악기를 배운다.
늦은 시작이지만 그래서 더 귀하다.
흔들리는 음과 짧은 호흡 속에서
내 몸이 여전히 나와 함께 있음을 느낀다.
‘배운다’는 단어가 주는 생의 온기는
생각보다 오래간다.
무엇보다, 오랜 병원 생활 끝에
자식의 얼굴빛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
이 일 앞에서는 말이 많아지지 않는다.
다만 하루가 다르게 가벼워지는 숨을 보며
삶이 다시 중심을 찾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 기쁨은 말로 크다 할 필요도 없다.
요즘 나는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무너지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오늘을 오늘로 살아낼 수 있다면 족하다.
삶은 늘 친절하지 않았지만
끝내 나를 버리지 않았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매일을 새롭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