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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대 Sep 30. 2020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인가

  사람이 명(命)을 다 채우지 못하고 갖가지 일로 목숨을 잃는다. 차마 머리에 떠올리기조차 꺼려진다. 오늘은 사고소식이 없으려나 했지만 아까운 목숨을 또 잃는다. 어느 한 날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미 동북부 오하이오 주에서 일어난 총격사건으로 10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미국에서 총격사건으로 지난 11일간 자그마치 46명이 사망했다. 지금도 곳곳에서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멀리 미국이나 남의 나라까지 이야기할 게 없다.


  육지, 바다, 하늘, 땅 속 어디도 안심할 수 없다. 지진, 폭풍우, 홍수, 낙뢰 등 사람의 힘으로 도저히 저항하거나 막아낼 수 없다면 피해의 최소화를 위해 노력한다. 일부러 저지른 사고는 아니더라도 인재(人災)에 해당하는 화재, 폭발, 붕괴 등 부주의나 실수로 수많은 사람이 변을 당하기도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사망사고 중 삼풍백화점 건물 붕괴, 성수대교 붕괴, 세월호 침몰 등은 누구에게나 쉽게 떠올려지는 사고들이다. 1995년에 일어난 삼풍백화점 사고는 사망자 502명을 포함해 1,40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사고로 인한 사망도 문제거니와 흉악범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 이 세상에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직위가 높거나 낮거나, 가진 사람이거나 못 가진 사람이거나 목숨은 하나밖에 없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누가 대신할 수도 없는 것이 목숨이다. 사람의 목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널리 퍼져 있어 걸핏하면 사람을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사체를 훼손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인면수심이 따로 없다.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남의 목숨을 끊는 참담한 일이 꼬리를 문다.


  1982년 경남 의령의 한 경찰지서에서 일어난 우범곤 순경 총기 난사 사건은 62명이 살해당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다. 8시간여의 시간 동안 그 많은 사람을 살해했다. 범행 동기가, 야간근무를 위해 낮잠을 자던 우범곤의 가슴에 파리가 앉아 있는 걸 본 그의 아내가 손바닥으로 가슴을 쳐 파리를 잡으려 했다고 한다. 자신을 모욕했다며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른 뒤 만취한 상태로 출근을 해 예비군 무기고로 가 카빈 소총 2정과 실탄, 수류탄을 들고 나와 저질은 사건이다.


  살인사건 중 가족, 특히 부부간에 벌어지는 극단적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평생의 동반자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해 경찰이 수사한 전체 살인사건 301건 중 남편이 아내를 숨지게 한 사건은 18%인 55건이나 된다. 또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경우가 있으니 부부간 살인 비중은 더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과 달리 부부는 혼인 전에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데다 언제든 법적으로 남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다툼이 극단적으로 번질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에 일어난 부부간 살인사건만 해도 셀 수가 없다. 부산에서는 심장판막증 수술 뒤 합병증과 담도 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내를 79세 남편이 살해했다. 20년 동안 병간호에 지쳐서 그랬단다. 한편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과연 그 방법밖에 없었단 말인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그 사연이 다양하다. 살기가 궁핍해서, 희망이 사라져서 그랬을 수 있다. 정치인, 연예인, 기업가 등 유명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을 더러 본다. 결백을 주장하려거나 수모를 느껴서, ‘공소권 없음’으로 유족을 이롭게 하려고도 그런 선택을 한다. 그렇게 억울하고 분하면 떳떳이 살아남아 입증을 해야 되지 않을까?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 했다. 사람이 오래 살고 일찍 죽음은 하늘에 매여 있다는 말로, 인간의 힘으로 어찌해 볼 수 없고 하늘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인명은 재천이라는 말이 과연 맞는가? 아니다. 인명은 흉악한 자의 손에 달려 있고, 자신에게 달려 있다. 인명은 재천이라는 말은 쓸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언제 사고를 일으키라 했으며, 전쟁으로 서로 죽이라 했는가? 언제 이웃이나 부부간에 죽이라 했으며, 스스로 죽으라 했는가? 제 목숨이라고 제 것이 아니다. 하늘이 조상을 통해 준 것이다. 인명은 재천이라 함은, 인간이 하늘을 욕되게 할 뿐이다. 재천(在天)은 제 명(命)대로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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