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 건설 논의는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PK(부산·경남) 민심을 얻기 위해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그 후 2011년 이명박 정부, 그리고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였던 가덕도와 밀양은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당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 용역팀은 두 지역 모두 지형적, 경제적 한계를 지적하며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결정이 아닌, 수십조 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국책 사업에 대한 전문가들의 냉철한 판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또다시 가덕도에 신공항을 짓겠다며 멈추지 않는 무모한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가?
이명박 정부 시절 백지화되고, 박근혜 정부 시절 다시 한번 좌절되었던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2020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다시 추진되었다. 부산 지역의 오랜 숙원 사업이자,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핵심 공약이라는 명분 아래, 당시 여당의 강력한 주도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초고속으로 제정되었다. 이 법은 가장 중요한 검증 절차인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해 버렸다. 합리적 판단을 요구하는 절차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타당성 검증을 모두 무시한, 오직 정치적 이해관계만으로 탄생한 졸속 사업이었다.
이 공사는 2016년 국토교통부에서 7대 불가론을 내놓을 정도로 추진해서는 안 될 공사였다. 당시 국토부는 안전성, 시공성, 운영성, 환경성, 경제성, 접근성, 항공수요 등 7가지 측면에서 절대로 추진해서는 안 될 공사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그러한 경고를 정치적인 셈법으로 무시하고 오늘까지 끌고 온 공사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021년 감사원장직 사퇴 후 대선 예비후보 때 가덕도 신공항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최 전 원장은 ‘표가 떨어지고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하겠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이 보고서를 근거로 김해 신공항 안을 철회하고 가덕도로 신공항 입지를 선정,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까지 만들어 버렸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회평론가 복거일 씨도 일찍이 가덕도 신공항 계획이 철학적, 기술적, 경제적으로 모두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며, 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지적은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버린 이 사업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무리한 조기 개항 목표를 폐기하고, 오직 국익과 합리적 판단에 근거해 이 사업의 추진 여부를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덕도가 속한 부산 강서구청장을 두 차례 지낸 노기태 전 구청장은
"가덕도 신공항, 입지부터 치명적"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 여권인사로 부산항만공사 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부적절한 곳에 계획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절차를 멈춰야 한다”
“구청장으로 재직하며 가덕도 신공항 입지 논의의 중심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며 “이제는 진실을 말해야 할 때가 왔다”라고 했다. 그는 또
“여러 통로로 가덕도 신공항 불가 이유를 제기했지만, 정치적 이유 등으로 묵살됐다”며 “현대건설이 용기 있게 나서 되돌릴 기회가 열렸으니,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 나서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객관적 자료,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왜곡된 정치적 고려로 특별법이라는 굴레를 씌운 게 가덕도 신공항의 실체”라며 “입지, 환경, 경제성 등에서 치명적 한계가 있음을 공론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제 더 늦기 전에, 거듭된 전문가들의 경고와 냉철한 현실을 직시하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
위험하고, 접근성 떨어지고, 돈 먹는 하마이며, 공사 과정에서도 리스크가 많은 '해서는 안 될 공사'라는 딱지가 있는 만큼 그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해야 할 것이다. 완공 이후 운영하면서 엄청난 국고 낭비는 감수하더라도, 국민 생명은 지켜져야 하는 만큼 안전사고 등 재앙은 막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 사업에 대해 현 정부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할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거듭된 경고를 무시한 무모한 질주,
지금 당장 전면 백지화해야 할 이유
첫째, 경제성 붕괴와 끝없는 국민 세금 낭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성 논리가 완전히 실종되었다는 점이다. 전문가 용역 결과에서 두 차례나 부적합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특별법을 통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으며 사업을 강행했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최초 추정 사업비는 7조 5천억 원이었으나, 현재는 13조 5천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공항과 연결될 도로 및 철도 등 접근성 인프라 구축비용까지 합하면 총 사업비는 20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재의 사업비조차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덕도는 바다를 메워야 하는 초고난도 공사이기 때문에 공사비는 언제든 더 불어날 수 있다. 최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사 계약을 철회한 핵심 이유도 '무리한 공기'와 함께 '비현실적인 공사비' 때문이었다. 앞으로 재입찰을 통해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더라도,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분, 그리고 난이도에 따른 추가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아무리 동남권의 숙원 사업이라지만, 국가 재정을 파탄 낼 정도의 무책임한 사업을 계속 밀어붙이는 것은 재정 건전성을 외면하는 파렴치한 행위다.
둘째, 현실을 무시한 무모한 공기 단축과 안전 불감증
가덕도 신공항은 '2029년 조기 개항'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위해 현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해상 매립 공사는 일반적인 건설과 달리, 해저 지반을 안정화하고 침하 현상을 막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필수적이다. 건설업계는 최소 9년 이상의 공사 기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경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오직 정치적 시기에 맞춰 7년 안에 공사를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무리한 계획은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가장 최근의 보도에서 확인했듯이, 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결국 계약을 포기했다. 이는 단순한 계약 파기가 아니라, 한국 최고의 건설사조차도 무리한 공사 기간으로는 안전과 품질을 담보할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사건이다. 이미 사업은 지연되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또 다른 업체가 선정된다 하더라도 무리한 공사로 인한 부실 시공의 위험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안전성 문제를 안고 있는 공항을 '빠르게' 짓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을 수 있는가?
셋째, 회복 불가능한 환경 파괴와 윤리적 책임 방기
가덕도 신공항은 단순한 공항 건설을 넘어,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파괴를 초래할 것이다. 공항을 짓기 위해 바다를 메우고 주변 산을 깎아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 지역에 서식하는 수많은 생명체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게 될 것이다. 가덕도 인근 해역은 멸종위기종인 수달의 서식지이자, 다양한 해양 생물과 철새들의 중요한 이동 통로이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다른 생명체의 존재 가치를 철저히 외면하는 행위는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 이미 우리는 과거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수많은 자연을 훼손해 왔다.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은 소음과 오염물질을 내뿜는 공항이 아니라, 깨끗하고 온전하게 보존된 자연이다. 한때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명분으로 추진되었지만, 엑스포 유치가 실패한 지금, 이 환경 파괴 사업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결론: 소신 있는 결정과 국민을 위해 용단 내릴 때다
가덕도 신공항은 경제성과 기술적 타당성을 모두 잃고 오직 정치적 명분만 남은 유령 사업이다. 나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하겠다."며 이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것을 다시 기억하자. 이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공직자의 정직한 소신이었다. 지금이라도 이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는 용단이 필요하다. 이미 투자된 비용이 아깝다며 더 큰 손실을 초래하는 '매몰 비용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미 두 번의 전문가 용역 결과와 한 차례의 건설사 계약 포기를 통해 이 사업의 현실적 불가능성을 확인했다. 더 이상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자연을 파괴하며,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
가덕도 신공항은 단순한 인프라 사업이 아니라, 정치적 명분으로 합리성을 억누른 대한민국의 어두운 자화상이다. 우리는 이 사업을 중단함으로써, 미래 세대에게 더 이상의 빚을 남기지 않고, 소신 있는 행정이 무엇인지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 당장,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