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불어오네

그 모호했던 여름과 가을 사이

by koyohan


우리는 모두 다가올 가을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주까지도 36,37도를 오가던 더위는 현재의 계절을 잊게 했다.

문득 내가 왜 이토록 가을에 집착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맥없이 늘어진 여름의 끄트머리가 이렇게 만든 거라고 생각했다.

아침저녁에 찾아든 바람결이 아니었다면 견딜 수 없을 만큼 9월의 한낮은 뜨겁고 건조했다.

어쩌다 실내에 들어설 때면 양팔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팔목을 덮는 카디건을 꿰어 입은 채 열락 같은 창밖의 열기를 바라보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서늘한 기운이 목덜미를 감쌀 때면 저도 모르게 손이 머물렀다.

그러다 육중한 문을 밀어 뛰쳐나가고픈 충동이 일었다.




여름을 지내던 언제인가 신랑에게 미국은 생각보다 덥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보다 온도는 높지만 습하지 않아서 그렇게 느끼는 거라고 했다.


무엇보다 밖을 거닐 일이 없으니 그런 거야, 게다가 집에서는 제약 없이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잖아.
본인은 학교를 오가는 길이 고역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차로만 움직일 수 있는 이곳에서 여름의 기온을 가늠하는 건, 주차장과 목적지를 오가는 거리가 전부이다.
Utility 가 포함된 기숙사에서는 에어컨을 쉼 없이 작동한다. 한국에서는 꿈도 못 꾸던 일이다.

그럼에도 벌써 반년을 넘어서는 '여름' 이란 계절이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 계절을 지나는 건 지루할 만큼 더뎠고, 그 더딘 흐름이 끝내 못 미더웠다.




이토록 여름과 가을 사이를 방황하는 계절이라니.


오늘은 처음으로 찬의 등원 길에 히터를 조절했다.

10월로 넘어서니 한낮에도 서늘한 바람이 뺨을 건드린다.

고작 하루 차이로 10도 이상 낮아진 기온은 마치 겨울을 불러온 듯했다.


가을이 불어오나 봐.


요즘 우리는, 창 사이로 드나 느는 바람 앞에서 오랫동안 기다린 가을을 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