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여름을 살아내는 우리의 하루
무더운 여름밤이 찾아왔다.
깊은 밤 침대에 누울 때면 여전히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가 귀를 쫓는다.
저녁 산책길은 반딧불을 따라 거니는 느낌이다.
그들은 마치 내가 가야 할 길을 알고 있는 것만 같다.
찰나의 반짝임이 주는, 나름의 전율이 있다.
주저하는 아이들을 설득해 숲을 헤쳐 걸으며, 우리는 스스로를 탐험대라 칭한다.
풀 내음이 휘감긴 공간에서 바람에 찰랑이는 나무도 보고, 잔잔히 흐르는 물소리를 따라가다 낯선 것으로부터 새로움을 발견하는 기쁨, 뭐 그런 걸 기대하지만 그들은 오로지 목적지만 바라본다.
집에 멈추고 온 영화만 떠오르겠지?
내 이십 대 끝자락, 남편이 아직 오빠였을 때, 뚜벅이던 우리 커플은 정말 많이 걸었었다.
신새벽에 영화관을 나서며 한 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를 걷고, 하늘이 어른거리는 한강을 아래 둔 채 양화대교를 왕복하기도 했다.
요즘 다시 걷다 보니, 불쑥불쑥 그 순간을 마주하곤 한다.
걸으며 나눈 고민과 삶, 열락의 자락들이 하나로 엮어져 지금도 우리 곁을 유영하는 것만 같다.
오늘, 저녁을 먹으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아빠 엄마의 바람은 남은 여름도 더 오래 걷고, 더 짙은 자연에 둘러싸여 지내는 거라고.
아빠 엄마에겐 이게 큰 위로이자 평안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