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는데, 여전히 출근한다.

by My din

결혼이 끝난 지금,

기쁨은 잠시 내려두고 다시 나의 루틴에 몸을 맞추는 연습을 하고 있다.


지난 한 해를 결혼 준비와 일을 병행하면서 지냈다.

그때는 분명 힘들었고, 정신도 없었는데

막상 모든 게 끝나고 나니 시원섭섭하고

이제는 다시 원래의 생활로 돌아오는 시간이 시작된 느낌이다.


기쁘지 않은 건 아니다.

다만 설렘보다는,

'이제 다시 익숙해져야지'라는 마음이 먼저 앞선다.


결혼 후 가장 크게 달라진 건

퇴근을 했는데도 퇴근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번도 자취를 해본 적이 없어서

집안일은 늘 내 몫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퇴근 후에도 해야 할 일들이 자연스럽게 기다리고 있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내일 입을 옷을 챙기고,

가계부도 써야 한다.


생각보다 챙길 게 많다.

정말로 '생활'이 시작된 기분이다.

(엄마 미안..)


변하지 않을까 했던 피곤함은, 역시 그대로다.


통근 시간은

1시간 30분에서 40분으로 줄었는데,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빨라졌지만

이상하게 침대에 눕는 시각은

본가에서 살던 때와 거의 비슷하다.


집안일을 하다 보면

시간은 금방 사라진다.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은,

결혼을 제2막이라고들 해서

내 생활 반경도 크게 달라질 줄 알았다는 거다.


물론 새로운 거주지가 생겼고,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생겼다.

이 변화는 분명 크다.


그런데도

내 하루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일과 집을 오가는 반복이고,

원래도 친구를 자주 만나는 편은 아니어서

생각보다 달라진 게 없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인지 이런 생각이 자꾸 든다.


그래도 확실히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무한한 내 편이 세상에 한 명 더 생겼다는 점이다.

이건 생각보다 꽤 든든하다.


맞벌이다 보니

평일에는 저녁 시간이 잘 맞지 않는다.

그래서 어제부터 시작한 게 하나 있는데,


잠들기 전 5분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그날 있었던 일,

별 의미 없는 이야기,

굳이 결론 내지 않아도 되는 말들.


짧은 시간이지만

이상하게 안정감이 든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지금.

아직은 완전히 익숙하지 않지만

지금의 나는 아마도

이 생활에 천천히 몸을 맞추는 중인 것 같다.


결혼했는데,

여전히 출근을 하고

여전히 피곤하고

그 와중에 조금씩 생활을 배우는 중이다.


timon-studler-ABGaVhJxwDQ-unsplash.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호텔리어의 하루_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