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인데 왜 자꾸 잔소리가 나올까

by My din

우리 부부는 둘 다 깔끔한 편이다.

하지만 깔끔의 영역과 기준이 다르다.


남편은 청소기를 돌릴 때 창가 쪽 창틀까지 한 번 더 밀어 넣지만, 나는 거기 까지는 잘 안 본다.

그걸 보면 '와, 꼼꼼하다' 싶으면서도, 설거지나 요리를 할 때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요리를 시작하면 숟가락은 한 번 쓰면 다시 안 쓰고, 작은 그릇들도 하나씩 등장한다.

정신 차려보면 조리대 위에 그릇들이 단체로 모임을 하고 있다.


설거지를 할 때도 그릇은 씻는데, 수전은 그대로다.


나는 물때가 남는 게 싫어서 수전까지 한 번 닦고, 개수대에 남은 찌꺼기도 바로 정리하는 편인데,

남편 눈에는 그런 부분이 안보이는 걸까? 아님 못본 척 하는 걸까.


제일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물잔이다.

다 마신 컵을 개수대에 가져다두긴 하는데, 그냥 두고 모은다.


어차피 물로 한 번 헹궈서 올려두면 되는데,

세제 아깝다고 그냥 두는 게 나는 괜히 마음이 복잡하다.


이런 사소한 순간마다 내 입이 먼저 열린다.

'수전도 좀 닦아줘.'

'그릇 너무 많이 쓰는 거 아니야?'


말은 짧은데, 톤은 점점 길어진다.


사실 나는 깨끗함 자체보다 '정리되어 있는 상태'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인 것 같다.


남편은 큰 틀에서 정리하는 사람이고, 나는 디테일을 정리하는 사람.

둘 다 깔끔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살아보니 기준이 많이 다르다.


그래서 요즘 나는 내가 잔소리를 하는 건지, 아니면 나만의 기준을 지키려는 건지 가끔 헷갈린다.


결혼은 성격 차이를 인정하는 일이라고들 하는데

현실은 수전 물때처럼 사소한 영역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꼼꼼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의 나는,

조금 덜 말하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다.


잔소리 대신

'이건 내가 예민한 걸까?'

한 번쯤 생각해보는 연습.


신혼이라 달달함이 먼저 닿을 줄 알았는데,

생활이 먼저 닿았다.


그리고 생활은, 생각보다 디테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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