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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연 Oct 13. 2015

나의 불행이 당신에겐 행복?

위로를 가장해 자기 우월감을 느끼는 그녀에게…

"너 정말 힘들어 보인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에게 듣고싶었던 말은 아니었다. 남들보다 빠른 출근시간에 서둘러 일어났고, '오늘은 약속이 있으니까…'라는 생각에 불이나케 머리를 감았고, 편안한 옷 대신 조금은 불편해도 예쁜 원피스를 골라입었다. 그런데 보자마자 힘들어보인다니? 그래, 사실 일 끝나고 약속시간 전까지 회사 휴게실에서 자다가 나왔으니 그렇게 보일 수 도 있겠다 생각했다.


한 때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우리, 당시 나와 K는 인턴이었고, S는 그 회사의 직원이었다. 나는 1년전 취업해서 회사를 옮겼고, 그 뒤 K도 인턴을 마치고 더 좋은 회사로 이직했던 때였다. 그리고 S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그렇게 겸사겸사 만난 자리였다.


맛있는 음식과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 몸은 피곤했지만, 즐거운 자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또. 내 회사 이야기를 꺼내며 B가 말했다.


S: 너 정말 심적으로 힘들어보인다. 회사 진짜 힘든가봐~
나: 하하하..그래요? 그냥 그려려니 하고  다니죠 뭐
S: 예전엔 당차고 막 열정적인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완전…뭔가 달라졌어


잉?읭? 왜 자꾸 나에게 '힘듦'을 인정하라 강요하는 것인가. 그녀의 말에 고의성이 있든 없든, 자꾸 안좋은 소리를 들으니 짜증이 났다.


이번엔 K에게 불똥이 튀었다.


S: 회사는 다닐만해?
K: 네
S: 힘든 거 없어?
K: 네 완전 선배들도 다 잘해주시고, 좋아요 ^^*
S: 그래? 너 같은애 처음본다. 보통 회사 초반엔 다 힘들어하던데…너 진짜 회사생활 편하게한다


이정도 되면 고의로 볼만도했다.


반면 S는 "난 요즘 결혼할 생각에, 새로운 대학원 생활에 활력이 넘친다"는 이야기의 반복이었다.


'밉상의 화룡점정..'


웃는게 웃는게 아니었다. 그래도 전반적인 만남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고, 뭐..내가 회사에서 도움 받았던 부분도 분명히 있으니 오래 담아두진 않았다.


하지만 내 결혼식이 지난 후 연락을 끊었다. 결혼식에 와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사실 이런저런 이유로 신혼여행은 미뤄졌다 말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왜 이렇게 신부가 울상이었을까 생각했다는' S의 카톡. 더이상 이 사람과는 관계 유지할 필요가 없겠구나 결론지었다. 그때 '에라이 심보좀 곱게써라 요것아' 맞받아치지못한게 한이다. 아오.



샤덴프로이데 (독일어: Schaden-freude): 남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을 말한다. 손실·고통 (Schaden)과 환희·기쁨 (Freude) 상반되는 뜻을 담은 두 독일어 단어 의 합성어.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고 느끼는 기쁨. 심리학 용어로 샤덴프로이데라고 한단다. 인간의 본능일텐데. 나 역시 타인의 불행에 미소를 짓거나 위안을 삼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을 불행을 부러 바라거나 강요하진 않는다. 그리고 최소한 누군가의 불행을 보고 고소함을 느꼈다고해도 티는 안내려 노력한다.


'넌 언제나 우울하고 힘들고, 나는 언제나 행복해'라는 프레임. 자기 만족, 자기 우월감은 위선이다. 위선도 아니다. 그냥 악이다. 그런 태도로는 어떠한 사람과도 진지하고 진심을 나누는 관계를 맺지 못할테다.



아, 그런데 이제 상관없구나.

널 다신 볼 일이 없으니까!!!!!!!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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