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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연 Oct 26. 2015

사랑하는 우리 마루

반려견 이야기 ① 오줌싸개 대마왕






한  손 안에 쏙 들어오던 몰티즈 새끼 강아지. 분홍 발에 눈도 뜨지 못한 마루를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났다. 마루는 그렇게 작년 2014년 6월까지 14년  동안 나와 내 가족들과 함께 전 생애를 보냈다.
 



마루는 참 어지간히도 말을 듣지 않았다. 어렸을 때 교육을 잘못시킨 탓이 컸겠지. 화장실에서 쉬를 하고 나오면 칭찬해주는 걸 알고 있을 만큼 눈치가 빤~한데도 온 집안을 오줌 바다로 만들었다. 부엌, 베란다, 거실, 심지어 침대 위에서 까지 마루 오줌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루 종일 혼자 집에 있어야 했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심술이었으리라 짐작해본다.

한 번은  주인인 내가!! 방에서 자고 있는데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들어와서는 붙박이장에 다리를 올리고 오줌을 싸더라. 벌떡 일어나 "왜 여기에 오줌을 싸느냐"며 호통을 쳤다. 신문지를 돌돌 말아 바닥을 치며 혼내는데, 요놈 "네까짓 게 감히"라는 눈빛으로 옆으로 스윽 가더니 다시 다리를 들고  오줌을 ‘갈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마루는 스스로 서열 1위였던 모양이다. 강아지들이 주인에  복종한다는 의미의 행동인 ‘배를 뒤집어 보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도 금이야 옥이야 키웠고, 우리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서서히 마루에게 심적으로 의존했다.


그러던  2013년 7월 새벽. 마루가 이리저리 초점 없이 바닥으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제대로 걷질 못했다. 픽 픽 쓰러지기 일쑤. 서둘러 24시간 병원으로 데려갔다. 당시  마루나이 13살이었으니 안락사를 시키라고  말할까 봐 너무나 무서웠다. 다행히 좋은 의사선생님을 만나 응급처치를 잘  받아 고비를 넘겼다. 이후 뇌수막염 진단을 받아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어야 했다.


스테로이드는 사람이 복용해도 부작용이 강해  힘들다던데.. 마루는 그 약을 1년 가까이 매일 먹었으니 여간 힘들었을까 가슴이 짠하다. 스테로이드의 부작용 중 하나가 바로 식욕이 왕성해지는 것인데, 덕분에 마루는 몇 개월 만에 3kg을 훌쩍 넘더니 4.2kg을 육박했다. 시도 때도 없이 밥을 달라며 밥그릇을 뒤엎고, 짖었다. 더 이상 살이 찌면 안된다는 생각에 가족 모두 모른 채를 하려 했지만, 할아버지 고집을 꺾진 못했다.


마루는  서서히 귀도 잘 들리지 않았다. 늦은 시간 퇴근하면 언제나 안방이든, 언니 방이든 인기척을 듣고 먼저 짖거나 뛰어나왔던 마루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잠에 취해 사람이 온지 간지도 몰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눈 한쪽 백내장이 안 좋아져서 매일 눈에 안약을 넣어야 했고, 좁아진 시야탓에 가끔 벽에 머리를 부딪히기도 했다. 그렇게 당당하게 다리를 올리고 오줌을 싸던 애가 암컷 강아지처럼 오줌을 쌌고, 어야를 나가도 걷다가 힘들어 안아달라며 가만히 앉아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루는 그렇게 천천히 자기의 생을 마감하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 같다. 반면 우리 가족들은 '이대로라면 적어도 2~3년은 더 버텨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다달이 나가는 마루 병원비가 큰 부담이었지만, 그래도 내가 마루를 위해서 해 줄 수 있다는 게 뿌듯했었다.


하지만 이별의 시간은 너무도 빨리, 불현듯 찾아왔다. 그 날 새벽의 공기를 생각하면 지금도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싸했다.




to be continued...

다음이야기를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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