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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연 Nov 22. 2015

타인의 인생

어느 누구에게도 평가할 자격은 없다


김혜자: "편지 한 장에 널 버린 남자야. 왜 그런 남자 때문에 평생을 괴로워하니."

장미희: "그러는 언니는요? 언니도 언닐 배신한 남자 때문에 평생을 힘들어했잖아요."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김혜자와 장미희의 대화. 서로 왜 바보같이 힘들어하냐며 한심해하지만, 두 사람 모두 한 남자 때문에 평생을 괴로워했다. 제 3자의 눈으로 봤을 땐 결국 똑같다. 하지만, 같은 문제라도 나의 일은 대단하고 어렵고 힘들지만, 남의 일이 되어버리면 답이 빤히 보이고 쉬워 보인다. 왜 그럴까?


-회사에서 직장 상사 혹은 선후배 간의 불화, 10년 지기 친구와 절교하게 된 사연→인간관계
-남편과의 크고 작은 다툼, 시집살이, 남편 혹은 아내의 바람→ 가정 불화
-카드값, 대출 연체 등→ 돈 문제


살면서 인간이 겪게 되는 일들을 큰 카테고리로 분류하면 거의 비슷비슷하다. 간단해 보이지만, 내 인생에서 저런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어디 그렇게 만만하던가?

적어도 난,  전혀 그렇지 않았다. 회사 가는 게 지옥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끔찍하고 괴로웠고, 꼴도 보기 싫은 팀장이 꿈에도 나와 날 괴롭혔고, 남자친구(현 남편)와의 사소한 다툼 때문에 하루 종일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난 뒤에 '별 것 아니었구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에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기란 불가능했다.


 최근에 내 어깨를 짓누르는 문제들이 타인의 눈에는 티끌처럼 사소한 일쯤으로 치부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어떻게? 바로 나의 이중성을 마주하게 되면서.


내 문제는 가볍게 취급받기 무섭다 이야기하면서도, 타인의 문제를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기던 있는 내 모습을 봤다. 위로와 동정 한편엔 '간단한 문제를 왜 저렇게 어렵게 만들까…' '정말 이해 할 수 없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타인의 인생은 언제나 말(言)처럼 쉽다




인생에는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 '불가항력적인 일'들이 참 많다. 그리고 그 불가항력적인 일들은 어느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어떤 형태로, 어떤 무게로 찾아 올지 모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단해 보이던 내 인생도 사실 별게 아닐 수 있고, 사소해 보이던 그 사람의 일은 그의 인생을 뒤흔들만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타인의 인생은 한 번 뱉어버리면 끝인 말처럼 쉬워보인다. 어떤 책임도 무게도 없는 허공의 것. 하지만 그런 무책임함과 공감없이는 어떤 누구에게도 나의 인생을 존중 받을 수 없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인생을 함부로 평가하고 판단하지 말자. "왜 별것도 아닌 일에 속 끓이느냐" 말하지 말자. 그리고 내가 겪고 있는 어떠한 문제를 너무 과대평가하지 말고 그 문제에 매몰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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