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때 장자를 만났다'
서둘러 가야 하는데 앞에 한 사람이 '세월아 네월아' 천천히 걷고 있다. 앞질러 갈 수도 없는 상황. 출근길 ' 길막'에 혼자 울그락불그락 화를 내고 있다. 문득, 내 가방 속에 든 책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단지 자신의 길을 자신의 보폭에 맞춰 걷고 있을 뿐, 그 사람에게 방해꾼은 내가 될 수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강상구 작가의 책 <그때 장자를 만났다>는 자기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는 '개인의 변화', 다름을 인정 할 줄 아는 '관계의 변화', 마지막으로 나와 네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의 변화'를 주문한다.
'장자'는 다른 동양 고전과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로 구성된 우화집이라 할 수 있다. 원문만 6만 5천 자, 손자병법의 10배가 넘는 방대한 양이다. 이 중 60여 개의 이야기를 꼽아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그리스 로마 고전들을 활용해 장자의 메시지의 힘을 보탠다. 또, 강 작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자전적 이야기도 담겨있어 에세이 느낌이 강하다.
배 두 척이 물을 건넌다. 한쪽이 빈 배로서 내 배에 와서 부딪힌다면 아무리 성격 더러운 사람이라도 화내지 않을 것이다. 만일 그 배에 사람이 있다면 배를 피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한번 소리쳐서 듣지 않고, 두 번 불러서 듣지 않으면, 세 번째에는 욕을 퍼부을 것이다."(산목)
장자는 이 우화를 통해 자기 자신을 비워내 '빈 배'가 되라 말한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장자의 '무위'라는 것. 하지만 강 작가는 이를 현실적으로 해석한다. 빈 배일 때는 내가 피해가고, 사람이 있으면 그 배가 날 위해 비켜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방적인 사고방식이 잘못된 것이라고. 내 원칙, 내 기준을 다른 사람에게 적용하려 드는 것은 폭력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작가는 "장자가 말하는 무위(無爲)란, 산 속에 들어가 도 닦고 신선이 되라는 말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되찾자는 주장"이라면서 "인정과 존중, 나아가 화해의 첫 걸음이며 즉, 세상 속으로 들어가라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내가 사는 법이 정답'이라는 오만에 빠져있던 때, '장자'를 만나 다른 사람 인생에 대한 관심과 포용력을 갖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는 강 작가. 예전엔 읽히지 않던 이야기들이 한눈에 들어와 마음과 생각을 뒤흔들었고, 이 책을 통해 독자 한 명이라도 비슷한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전한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되고, 모두 자신이 탄 배에서 서로 비키라 소리를 지르는 듯한 사회 분위기엔 '장자'의 메시지가 화해의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