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미연 Apr 02. 2016

충고에 대하여

-


결혼 전 나에게 "남자친구가 있어도 꼭 다른 남자들을 더 많이 만나보아라" "양다리도 괜찮다"고 이야기 했던 건 수년째 연애를 못하던 30대 중반의 솔로인 언니였다.


대학생때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오지 못한 나는, 만나는 대학생들 마다 '무조건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라'고 말한다.


원래, 해 보지 못 한 사람은 충고를 잘한다. 경험도 깊이도 없는 그 말은, "사실은 내가 그러질 못했단다", "지금이라도 당장 떠나고 싶지만 그럴수가 없구나"라는 신세한탄과 자조에 불과하다.




20대 초반, 나는 나에게 닥친 문제들을 어찌할 바 몰라 친구들에게 해결책을 '구걸'했다. 사실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선택을 많이 해야하는 시기가 바로 20대 아니던가. 스케치도 되어있지 않은채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고민과 선택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그 무거운 짐을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자 시시콜콜, 이야기를 하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조언을 구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 선택에 대한 어떤 평가든 친구의 입을 통해 들어야만 마음이 놓였다.  


지금 돌이켜 보니, 내 결정에 의한 실패, 짊어져야 할 책임이 무서웠던 것 같다. 나중에 '아 그때 걔 말을 들어서 이렇게 됐어'라는 핑계거리를 남겨두기 위한 일종의 방어수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은 나의 몫

주체적인 성인이 타의에 의해 선택을 뒤집거나, 전적으로 타인의 말에 따르는 일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선택을 할 때, 여기저기 조언을 구했지만, 결국 내가 결정하고 내 의지대로 살아왔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지않을까? 여러사람이 알려준 선택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걸 취사선택하는 것. 내가 듣고 싶었던 충고를 해준 사람의 말을 듣는 것.


어쩌면, 결정은 이미 마음 속에 해두고 묻진 않았는가. 다만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해 '남 탓'할 여지를 남기진 않았던가.




좋은 말도 길어지면 잔소리가된다. 그리고 어떤 누군가를 이끌어주고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건, 말이 아닌 행동이다. 긴 말 하지않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 그런 사람은 저절로 빛이 난다.

그러니, 제발 '이래라-저래라-' 하지말자. 말에도 무게가 있어야 한다. 경험없는 빈 껍데기 같은 이야기를 남에게 늘어놓는 건, 정말이지 아무 의미없다.


그리고, 이미 당신 마음 속에 정해져있는 답을 솔직하게 바라보자. 조언을 구한답시고 이사람저사람 구구절절...정해진 답을 찾아 헤매지 말자.






매거진의 이전글 난 '금수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