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꿈을 작게 이루어 가는 삶
누구나 그렇듯 어릴 적 나는 수많은 꿈을 꾸었다.
어제는 나의 담임 선생님 같은 멋진 선생님이 되기를, 오늘은 화가가 되기를, 또 내일은 자유로운 여행가가 되기를. 꼭 내 주변의 인물이 아니더라도 책 속에서 본 고고학자나 영화에서 본 작가가 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무엇이든 궁금하고 신기했고, 뭐든지 가능할 것 같은 나이가 있었다. 학교에서는 과학자, 우주비행사, 대통령, 연예인이 되겠다는 사람도 많지 않았던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나와 친구들의 “장래희망”은 조금 더 현실적으로 변해갔다. 그 시절에는 공무원이 되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었으나 교사, 연구원, 변호사 같은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직업을 더 많이 이야기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구체적인 목표가 됐다. 더는 꿈이라는 말로 장래희망이나 목표를 표현하지 않게 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운 좋게 원하는 대학에 가게 된 이후에는 좋은 성적을 받고, 자격증을 따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것으로 목표가 바뀌었다.
그 많던 꿈들은 지워지거나 잊힌 걸까?
미국 전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 <비커밍 Becoming>의 한 구절을 읽으며 다시 생각하게 됐다.
Now I think it's one of the most useless questions an adult can ask a child-- what do you want to be when you grow up? As if growing up is finite. As if you become something and that's the end.
돌이켜보면 어른이 아이에게 "크면 뭐가 되고 싶니?"라고 묻는 것만큼 쓸데없는 질문이 없다. 마치 성장에 끝이 있는 것처럼. 커서 뭔가가 되고 나면 그게 끝인 것처럼.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내가 꿈꾸던 일을 하고 있지 않다. 물론 인생이라는 길을 걸으며 목적지가 바뀌었던 탓도 있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모든 것을 한 인생에서 다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고, 지금 나의 모습이 내 성장의 최종 버전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신 나는 놓치고 있던 나의 원대한 꿈들을 아주 조그맣게 이루어가고 있다. 화가가 되고 싶었던 10살 시절의 꿈은 내 방에 걸어놓을 작은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또 중학생 때 꾸었던 여행가의 꿈은 매년 휴가 때 다니는 여행으로, 또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방식으로도. 어쩌면 남들이 보기엔 시시해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이다. 그런 소소한 과정을 기록해보려 한다. 나의 또 다른 꿈을 이루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