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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Jan 26. 2022

장면들

책 읽기 프로젝트 50 #3

장면들 by 손석희 (창비, 2021)


우리는 매일 어떤 형태로든 뉴스를 접한다. 티비 뉴스일 수도 있고, 운전 중 듣는 라디오 뉴스, 포털에 떠 있는 자극적인 타이틀의 기사, 혹은 내가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한 유튜브 영상일 수도 있다. 그런 뉴스, 혹은 저널리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우리나라 대표 앵커, 오랜 시간 MBC의 100분 토론과 라디오의 시선집중을 진행했고, JTBC 뉴스룸으로 새로운 뉴스의 시대를 연 손석희가 ‘저널리즘 에세이’를 썼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에서 정치・사회적으로 큰 사건과 변화가 있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JTBC가 있었다. 손석희는 <장면들>에서 그 뒷이야기를 전하며 그가 생각하는 저널리즘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널리즘에 대해, 그리고 그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내가 나의 직업과 역할에 대해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던가 생각했다.


1부에서는 그가 JTBC에 몸담으며 전했던 큰 사건들에 대해 그 배경부터 전해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썼다. 그가 JTBC로 옮기고 나서 처음으로 다룬 큰 뉴스였던 ‘삼성 노조 무력화’ 문건에서 시작해, 세월호 보도를 거쳐 국정농단을 지나 대선과 북한 이슈까지, 굵직한 여섯 개의 사건을 담았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기억하는 내용에 더해 보도국에서 일어난 이야기까지 흥미롭게 이어진다. 특히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을 담은 이 챕터에서는 모든 내용을 ‘장면’으로 나누었다. 마치 드라마 속의 씬(scene)처럼. 이 책을 기반으로 (JTBC의 뉴스룸이 영감을 받은 것 같은 그 미드) ‘뉴스룸’ 같은 드라마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장면들 사이사이 뉴스룸을 이끌어가던 그의 신념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그 가운데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뉴스의 ‘어젠다 키핑’의 역할이다. 어젠다를 설정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의제가 계속해서 회자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켜내는 것으로 선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500일간 지속적으로 팽목항 특파원과 연결해 보도했던 세월호 사건과 국정농단 사태, 그리고 미투 보도까지 JTBC 뉴스룸의 어젠다 키핑의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뉴스의 홍수 속에서 지켜내야 할 어젠다가 있다면 지켜냈다. 태블릿 PC의 뉴스가 나갈 수 있었던 그날에도, 국가폭력에 의해 사망한 백남기 농민의 사건을 우선 보도했던 것처럼.


2부에서는 그가 생각하는 저널리즘에 대해 담았다. 지난 30년간 세계는 급격하게 변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미디어, 저널리즘도 변해왔다. 지금도 저녁 8시면 티비 앞에 앉아 저녁 뉴스를 보는가? 모두 유튜브, 팟캐스트로 넘어가 원하는 뉴스만 골라서 보지는 않는가?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손석희가 생각하는 저널리즘의 역할, 그리고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저널리즘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기존의 미디어가 지켜야 하는 보도 원칙이 새로운 시대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물론 기존 언론들이 그 원칙을 다 지켰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선배가 생각하는 보도 원칙이랄까, 그게 뭔가요?”
(중략)
“당연히 가장 우선시 되는 건 팩트지요. 그다음엔 이해관계 속에서의 공정, 이데올로기에 있어서는 균형...”
여기까지는 어찌 보면 그냥 자동으로 나올 수 있는 대답이었다. 잠시 숨을 고른 후 나는 당시에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던 한 가지를 추가했다.
“그리고 품위입니다. 무엇을 보도할 것인가와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에서 품위가 빠지면 안 됩니다.” (p.268)


에세이지만 이 책도 그가 생각하는 보도 원칙에 맞춰 썼다. 그가 겪은 사실에 기반해서 품위 있게.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건들과, 그가 직접 경험한 일들을 담아 글은 쉽고 빠르게 읽힌다. 보도를 하며 느꼈던 감정들도 함께 쓰여있어 손석희의 인간적인 면도 부각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질문하는 책이다. 책을 읽으며 개인이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뉴스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만 받아들이는 이들의 자기 확증편향에 대해 독자들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언론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 언론의 목적은 명확하게 두 가지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즉, 인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지키고 실천한다는 것.” (p.421)


사람들은 각자 다른 가치관과 견해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 특정 사안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이 애완견이나 경비견이 아닌, “감시견으로서 이른바 제4부의 역할을 맡아 입법, 사법, 행정의 3부를 감시하고 비판함으로써 시민사회에 복무”하여 인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지키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언론이 책을 읽은 후 나를 포함한 독자들이 언론을 더욱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문제의식이 있어야 문제를 발견할 수 있고, 문제를 발견해야 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며, 문제를 제기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식은 의심하는 것에서 출발하며, 의심은 모든 기존의 현상을 향한다. 그러니 언론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체제와 현상에 안주해선 안 된다. 그것을 굳이 우리가 쓰는 언어로 표현하자면 ‘진보’다. 의심은 변화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문제를 발견하고 제기하는 과정은 극단적 이어선 안 되고, 합리적이어야 하며, 그 ‘합리적’인 자세 속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이해’도 있어야 한다는 것. 알랭 드 보통이 말한 ‘지혜’도 아마 그것과 맥이 같으리라고 본다. 나는 ‘합리적 진보’를 그렇게 정의한다. (p.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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