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프로젝트 50 #5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by 에릭 와이너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2021)
지난가을 한국에 갔을 때 서점가를 휩쓸고 있는 책이 있었다. 바로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였다. 아마존이나 홍콩 서점 원서 코너에서도 자주 보이던 책이라 궁금했지만, 철학책을 영어로 읽기엔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한국어 판 책을 빌려 읽게 되었다.
책은 “지식은 소유하는 것이고, 지혜는 실천하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시작한다. 저자는 기차를 타고 열네 명의 철학자를 만나러 간다. 생각의 속도로. 각 챕터는 철학자의 삶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그의 철학의 핵심을 한 단어로 말한다. 소크라테스처럼 궁금해하는 법이나 에피쿠로스처럼 즐기는 법처럼 말이다. 그 속에서 오전, 정오 그리고 황혼으로 나누어, 매일 내 삶에 어떤 철학 혹은 지혜를 실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철학은 삶, 우리 자신의 삶에 관한 것이고, 어떻게 하면 이 삶을 최대한 잘 살아내느냐에 관한 것이다. p50
저자는 전반적인 내용을 아주 위트 있게, 그리고 비유를 들어가며 써서 철학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있다고 일러준다. 아침에 침대에서 나오기가 힘든 현대인들에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법’을 통해 그의 철학을 설명하고, 나를 그리고 세상을 어떻게 보고, 듣고, 즐겨야 할지, 또 가끔은 어떻게 싸우거나 역경을 헤쳐나가야 할지도 모두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은 나이 들어가는 것, 그리고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치 기차를 타고 하루 종일 여행을 하며 여러 철학자로 살아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인생 전체를 하루에 빗대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내 인생의 어디쯤 있느냐에 따라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다 다를 것이다.
글 속에 저자의 이야기를 보면, 그는 저 멀리 있는 철학자라기보다 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아저씨 같이 느껴진다. 그가 일상에서 철학을 찾고 적용한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가볍게 쓰인 것 같지만 사실 많은 내용, 여러 철학자를 언급하고 있어 철학과 친하지 않은 나 같은 독자에게는 문체만큼은 친절하지 않은 내용이 가득하다. 어떤 챕터의 경우에는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고 너무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독자가 지금 고민하고 있거나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한 것이라면 훨씬 더 쉽게 다가오고, 또 생각할 거리도 충분히 던져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철학자였다면 어떤 철학 학파의 내용이 더 잘 맞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나는 에피쿠로스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네, 난 충분히 좋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다고 봐요. 이런 것들이 삶에서 더 중요한 일에 시간을 쏟을 수 있게 해줘요. 게다가 충분한 걸로는 부족한 사람에게는 뭐든 충분하지 않을 걸요.” 톰이 대화의 방향을 다시 에피쿠로스 쪽으로 돌린다.
와인을 마시다 말고 멈춘다. 얼만큼이어야 충분하지?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이렇게 자문한 적이 거의 없다. 언제나 그 답은 “지금 가진 것보다 더”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더 많이'는 움직이는 과녁이었다. (중략)
충분히 좋음은 안주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기변명도 아니다. 충분히 좋음은 자기 앞에 나타난 모든 것에 깊이 감사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완벽함도 좋음의 적이지만, 좋음도 충분히 좋음의 적이다. p212-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