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프로젝트 50 #14
처음 이 미셸 자우너의 글을 읽은 것은 뉴요커The New Yorker의 웹사이트였다. 이 책의 첫 장이자 책의 이름과 같은 에세이 <Crying in H Mart>가 게재되었다. H마트는 미국의 큰 한인마트 체인점이다. 암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추억을 H마트에서 떠올리고, 자신 속의 한국인 정체성을 찾는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미국에 살아본 적도 없고, 어머니가 돌아가시지도 않았으며 내가 한국인인가에 대해 의심하며 살아간 적도 없지만 이 글이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이 책의 저자이자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리드보컬인 미셸 자우너는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서울에서 태어나 한 살이 되기 전 오레건 주 유진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자랐다. 한국인은커녕 동양인도 많지 않던 그곳에서 엄마의 음식이 자신과 한국을 이어주는 다리였다. 방학이 되면 엄마와 함께 한국을 방문해 추억을 쌓았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엄마와의 갈등이 시작됐다. 엄마가 자신에게 얼마나 상처를 줬고, 또 자신이 엄마에게 어떻게 상처를 줬는지 숨김없이 적었다. 동부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한 미셸은 엄마와 거리가 조금 멀어지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동부에 남아 밴드를 하면서 파트타임 잡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엄마가 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미셸은 엄마 곁으로 돌아와 간병을 하기로 결심한다. 엄마의 병간호를 하며, 결국 엄마가 돌아가신 후 간병인 역할에 실패한 것처럼 느껴질 때 결국 그것을 치유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은 엄마와 연결되어 있는 기억, 한국 음식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 가운데 생긴 에피소드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잣죽, 냉면이나 된장찌개 같은 음식에 담긴 추억부터 목욕탕이나 쌍꺼풀 등에 담긴 이야기까지 어쩌면 한국인인 우리에게는 더욱 친숙하게 다가오는 주제들이 많다. 이렇게 평범한 것에 추억이 엮일 때 얼마나 특별해질 수 있는지도 잘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같은 음식에 얽힌 나만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반면에 아직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생소한 것들이 있다. 말기암 진단을 받은 엄마를 간호하는 것, 나와 내 정체성을 이어주는 무언가가 사라졌을 때 겪어야 하는 혼란스러움 같은 것, 그리고 결국 엄마를 암으로 잃는 것이 그렇다. 아직 경험해보니 못한 것들을, 아마도 언젠가 경험하게 될 것들이 마음을 미리 아프게 한다. 마치 예방주사를 맞고 가볍게 앓는 것처럼. 나중에 정말 내게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 때 조금 덜 아플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여러 번 멈춰야 했다. 저자의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함께 느끼며 읽어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보냈을 때의 감정이 되살아났다. 내가 느꼈던 감정이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던 부분을 글로 풀어낸 느낌이었다. 비슷한 경험을 했던 이들에게는 어쩌면 조금의 위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