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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May 02. 2022

고래

책 읽기 프로젝트 50 #16



천명관의 <고래>. 재미있는 소설을 추천하는 글에서  보였던 이름이다. 제목에서는  책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전혀 유추할 수가 없었다. 내용도 전혀 찾아보지 않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고래>는 특이한 소설이다. 작가가 등장인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독자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구체적이고 어쩌면 조금은 장황하기까지 한 묘사와 설명은 마치 눈앞에 그림을 그려주는 듯하다.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 아니면 그것보다 더 옛날에 장터에 나타난 약장수에게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책은 금복과 그의 딸 춘희의 삶을 보여준다. 책은 춘희가 출소해 벽돌공장으로 돌아오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 그녀의 엄마, 10대의 금복이 삶을 따라간다. 산골 마을에 살던 그녀는 아빠에게서 도망쳐 가출한다. 그 길에 생선 장수를 만나 그와 함께 어촌마을로 간다. 부둣가에 도착한 금복은 처음으로 바다를, 그리고 고래를 보게 된다.


그리고 바다를 보았다. 갑자기 세상이 모두 끝나고 눈앞엔 아득한 고요가 펼쳐져 있었다. 곧 울음이 쏟아질 것처럼 가슴이 울렁거렸다. p.46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던 금복은 생선 장수와 함께 살면서 자신이 장사에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된다. 돈을 잘 벌면서 살던 그녀는 부두에서 하역부로 일하는 걱정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생선 장수를 떠나 걱정과 살림을 차리고 가진 건 없지만,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 후로 금복에게는 고난도, 행운도 찾아온다. 작가는 금복의 삶을 따라가는 방대한 이야기를 아주 흡입력 있게 풀어낸다.


사실 이 책은 읽어내기 쉬우면서도 어렵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인공들의 삶에 금세 몰입시키는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몇 번이고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자세하고 노골적인 성적인 묘사를 읽어내리기가 힘들었다. 시대적 배경이 일제강점기 후반부터 80년대 정도까지가 아닐까 싶은데, 그 시기에 여인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러했음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란 바로 부조리한 인생에 대한 탐구이기 때문이다. p.339


작가가 금복과 춘희의 삶을 통해 그런 부조리한 인생에 대해 탐구하려 했던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점에도 책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저자의 독특한 문체와 주인공의 흥미로운 삶과 삶에 대한 태도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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