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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May 09. 2022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책 읽기 프로젝트 50 #17


<우리가 빛의 속도로   없다면> 내가 읽은 김초엽 작가의  번째 책이자  번째 단편집이다.  책을 읽고 김초엽 작가가 한국의 테드 (Ted Chang)이라고 불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초엽 작가는 최근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SF 장르 작가로 포항공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생화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화학자가 쓰는 SF소설이라 그런지  속의 설정이나 대화 등이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


제목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이었다면 희망찬 미래, 무한한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를 할 것 같았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무언가를 내려놓고 포기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아닌가.


하지만 이 책 속에 담긴 소설들은 그렇지 않았다. 있을 법한 가까운 미래에서 생기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로 가득한 느낌이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는 ‘다름'으로 인해 소외당하고 핍박당하는 세상이라도 사랑이 있다면 그 세상을 견뎌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스펙트럼>을 읽고 나서는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한국에서는 <컨택트>로 번역된 영화 Arrival의 원작이자 사용하는 언어(소통방식)에 따라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의 범위도 달라진다는 내용을 아주 멋있게 보여주는 그 소설 말이다. <스펙트럼>에서는 외계 행성으로 가게 된 희진이 색채로 역사를 기록하는 루이를 만나 가까워지는 모습을 그린다. <공생가설>은 우리가 왜 어린 시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지를 아주 멋진 설정으로 풀어낸다.


소설집의 제목이자 동명의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과학기술의 발전도 그리움, 외로움 그리고 잊혀짐을 없앨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설의 주인공 안나는 우주여행에는 필수적인 냉동 수면과 관련된 연구를 하던 과학자였다. 그녀의 연구는 성공했고, 가족들이 먼저 떠나간 행성으로 곧 따라갈 예정이었지만, 우주에서 웜홀들이 발견되며 그녀가 가족들을 만나러 갈 기회를 놓치게 된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감정의 물성>도 너무나도 있을 법한, 그러나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그려냈다. 감정을 물체화해서 판매한다니. 단지 행복, 사랑 같은 밝은 감정만 파는 것이 아니라 우울이나 분노같은 감정도 판매한다. 내가 내 방에 사두고 싶은 감정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최초의 동양인 중년 여성 우주인이 된 재경을 보고 우주인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된 가윤이 재경을 발자취를 따라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어느 이야기 하나 빼놓을 수 없이 좋았다. 책을 펼치는 순간 놓을 수 없었고, 이 중 가까운 미래에 정말 실현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상상했다. 과학 기술이 발전된 미래가 그저 차갑고 이성적이기만 한 곳이 아니라, 그곳도 늘 인간적인 따뜻함이 가득 한 곳이라는 점 또한 김초엽 작가 소설의 특징인 것 같다. 최근에 읽은 SF소설 중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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