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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Jun 10. 2022

방과 후

책 읽기 프로젝트 50 #21

사실 추리 소설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름은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다작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발표하는 소설들이 대부분 인기가 많다. 일본에서는 그의 소설  드라마화된 것은 19, 영화화된 것은 7편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 영화화된 고수, 손예진 주연의 <백야행>, 류승범 주연의 <용의자X>  있다.



그의 데뷔작 <방과 후>를 읽었다. <방과 후>는 에도가와 란포 상을 받았다. 에도가와 란포는 일본 추리 소설계의 대부로, 그의 환갑을 맞아 추리 소설을 대상으로 한 상을 만들었는데, 1985년, 히가시노 게이고는 <방과 후>로 추리 소설가의 등용문으로도 알려진 이 상을 받고 멋지게 데뷔했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학교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한 사립여고 수학 선생님인 마에시마. 그는 학교에서 양궁부 담당 고문도 맡고 있다. 어느 날 마에시마는 누군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공격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특별히 더 조심하던 어느 날, 교내 탈의실에서 다른 교사가 밀실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이 사건을 맡은 형사 오타니와 함께 사건을 풀어가던 중 또 다른 교사가 비슷한 방법으로 살해되었다. 그리고 그는 이 살인 사건의 목표가 자신이었다는 것을 확신한다.


스마트폰이나 소셜 네트워크가 나오지 않는다는 정도만 빼만 소설은 발표된 지 27년이 지났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을 정도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답게 몰입감이 있어 빠져들어 읽게 된다. 아마도 그 당시 학교, 학생들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들었을 것 같다. 물론 추리 소설의 인물들에게 완전히 감정을 이입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름다운 것, 순수한 것, 거짓 없는 것일 겁니다. 그건 때로는 우정이나 사랑이기도 하죠. 자신의 몸이나 얼굴일 경우도 있어요. 아니, 좀 더 추상적으로 추억이나 꿈을 소중하게 여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그런 소중한 것을 파과하려 하는 것, 그 아이들에게서 빼앗으려고 하는 것을 가장 증오한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나를 지금의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저 어리고 성숙하지 못하다는 이유가 아니라, 어쩌면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조금은 달랐던 것 같다. 그 시기의 아이들이 모여 있는 학교는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사회와는 조금 다른 특별함이 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 같은 일이 아이들에게는 세상을 바꾸는 일이 될 수도 있고, 또 어른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 아이들은 그냥 웃고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언제나 그렇듯 추리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는 그에 관한 정보를 최소한으로 접하고 읽었을 때 가장 재미있게 읽고 볼 수 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같은 마음 따듯해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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