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프로젝트 50 #24
<마음의 법칙>이라니, 제목이 거창하다. 꼭 마음이 어떤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그 법칙을 이해하면 내 마음, 그리고 다른 이들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51가지 심리학이라는 부제에 이끌려 책을 펼쳤다.
저자 폴커 키츠와 마누엘 투쉬는 독일에서 가장 재미있는 심리학자 듀오라고 한다. 두 사람은 심리학과 관련된 책을 여러 권 함께 썼고,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마음의 법칙>에서 심리학을 다루면서도 무겁지 않고 위트있는 톤을 유지하며 글을 썼다는 게 잘 느껴진다.
저자들은 심리학의 핵심이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하는 질문이라고 말한다.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는지 안다면, 적어도 자신의 인생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이다.
목차는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51가지의 상황이나 질문으로 구성되어있다. "감정을 숨기는 게 습관이 돼버린 당신에게 (감정 사용법)"이나 "남자와 여자가 말이 통하지 않는 이유 (커뮤니케이션 사각형)" 같은 소제목으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책을 읽다 보면 내가 궁금한 줄도 몰랐던 질문을 던지게 될지도 모른다. 저자들은 모든 챕터를 가벼운 일상의 이야기로 시작해 그와 관련된 심리학 이론에 대해 짧게 설명한다. 이 책을 읽은 당신은 최소 51개의 심리학 이론의 이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곧 잊을 것이다)
그중 가장 와닿았던 챕터는 "감정을 숨기는 게 습관이 돼버린 당신에게 (감정 사용법)"이었다.
우리가 쓰는 '느낀다'는 말은 사실 가면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는 자신의 느낌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품은 '생각', 곧 주변 사람들을 보는 자신의 '판단'을 표현할 따름이다. (중략) 먼제 확인해둘 점은 감정은 오로지 내 안에 있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무얼 어떻게 하든 그것은 내 감정이 아니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내가 다른 사람이 그랬으리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내 감정이 될 수 없다. p.8
중요한 것은 먼저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감지하고, 왜 그런 감정이 일어나는지 원인을 찾아보고, 내 인격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중략) 다음 단계로 넘어가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에는 어떤 태도를 갖는게 적절할까?' 하는 물음을 두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p.10
물론 이 챕터의 결론은 내가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느끼고, 다른 사람의 감정도 어떤 평가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 주자는 것이다. 너무 식상하다고? 많이 생각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책은 제목이나 목차에서 기대했던 것 보다는 훨씬 가벼웠다. 어떻게 보면 다 아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읽은 후 나의 인생을 통제할 수 있을 만큼 무슨 생각을 어떻게 하고 살아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전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임은 틀림없다. 어떤 심리학 이론이 (이런 것도 이론으로 만들었단 말이야? 싶은 것들까지도) 언젠가 내 마음을 다스릴 도구가 될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책은 인상적인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심리학자를 조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