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프로젝트 50 #25
식구食口는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뜻한다. 피를 나눈 사람이 아니라 밥을 나눈 사람들. 김호연 작가의 <망원동 브라더스>는 한 지붕 아래에서 밥을 나누어 먹는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 사람이 살던 옥탑방에 네 사람이 함께 하게 되기까지의 짠한 이야기가 마치 시트콤처럼 이어진다.
옥탑방에 살고 있는 오영준은 오래 전 출판한 만화 이후로 제대로 만화를 그리지 못하고 있는 만화가이다. 어느 날 자신의 만화를 출판해 주었던 출판사의 김 부장이 기러기 아빠가 되어 나타났다. 그는 아내와 아이와 함께 캐나다로 갔다가 홀로 돌아왔다. 갈 곳이 없던 그는 당분간 오영준의 옥탑방에서 신세를 지기로 한다. 오영준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일감을 부탁하고자 선배의 결혼식장에 가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던 사람들과 만난다. 그리고 거기서 학습 만화라는 일거리를 찾게 되고, 또 과거 자신에게 만화를 가르쳐 준 “싸부”를 만나게 된다. 싸부는 황혼 이혼을 앞두고 집을 나왔다. 그리고 오영준의 집을 찾았다. 그리고 동네에서 마주치게 된 영준의 후배, 있는 척, 아는 척, 잘생긴 척을 해서 삼척동자라고 불리는 그는 망원동 고시원에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이다. 영준도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모두 사연이 있는 그들을 내칠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동거를 시작한다.
가족과 함께 살아도 불편한 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20대 부터 50대 까지 다양한 나이대에 만화가, 출판사 전 직원, 그리고 공시생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그들이 함께 살면서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 있기 때문에 그런 갈등을, 또 자기가 맞딱드린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었다. 모두들 인생의 힘든 시점에 모이게 망원동 옥탑방에 모이게 되었지만, 함께 하는 시간을 거쳐 각자의 행복을 찾아간다.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김호연 작가는 자기 경험을 통해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며 마치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오영준, 김 부장, 싸부 그리고 삼척동자가 옥탑방 마당에서 복작거리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자신을 스토리텔러라고 말한다. 아직도 여전히 '진실을 이야기에 담는 기술'을 배우고 또 배워가는 과정에 있다고. 진실이 이야기에 담겨 있기 때문에 더 따뜻하고, 씁쓸하고, 재미있고 감동적이기도 할 것이다. 즐겁게 읽기 좋은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