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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Jul 11. 2022

한 여자

책 읽기 프로젝트 50 #26

<한 여자>는 프랑스 현대 문학의 거장 아니 에르노가 자기 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후 10개월간 쓴 글이다. 저자가 책 말미에 말한 것처럼, 이 글은 전기도, 소설도 아니다. 제목 그대로 한 여자, 자신 어머니의 삶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써냈다.


이것은 전기도, 물론 소설도 아니다. 문학과 사회학, 그리고 역사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리라.  p.86


아니 에르노는 데뷔 시절부터  자신의 유년 시절로 구성된 자전적 소재에 몰두해 역사적 경험과 개인적 체험을 혼합한 글을 썼다. 책의 저자 소개에는 에르노의 작품이 자전(自傳)에 새로운 정의를 부여했다고 말한다. “내면적인 것은 여전히, 그리고 항상 사회적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순수한 자아에 타인들, 법, 역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억의 분석을 보다 쉽게 해 줄 시간적 거리를 확보하자면, 아버지의 죽음과 남편과의 헤어짐이 그랬듯 어머니의 병과 죽음이 내 삶의 지나간 흐름 속으로 녹아들 때를 기다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 다른 것은 할 수가 없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은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서였다. 그는 자신을 낳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자기가 어머니를 세상에 내어놓기 위해서 그녀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아이'였던 자신과 '여자'가 된 자신을 이어줬던 연결고리인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써 내려갔을지 상상해본다.


그녀는 받기보다는 아무에게나 주기를 좋아했다. 글쓰기도 남에게 주는 하나의 방식이 아닐까. p.86


어머니는 노르망디의 소도시, 이브토에서 노동자 계급 부모님 사이에서 여섯 아이 중 넷째로 태어났다. 엄한 외할머니 아래서 자란 어머니는 공부를 잘했지만, 농번기에 맞춰, 형제자매들의 일정에 맞춰 학교를 들쭉날쭉 다녔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아버지를 만나 결혼을 하고, 카페를 시작한다. 그리고 아니를 낳았다. 어머니의 가치관, 성품, 열등감, 버릇 등 모든 것을 아니 에르노는 이 책에 기록했다. 정신적으로 향상된다는 것을 중요시했던 어머니, 아니를 통해 추구했던 배움에 대한 열망, 자신이 느낀 어머니의 사랑, 그리고 어머니와의 갈등, 그리고 알츠하이머병을 앓게 되는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까지 모두 말이다. 그는 아주 담백하지만 날카로운 문체로, 어머니의 역사를 기록했다.


어머니는 자기 자체로는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며, 자신이 주려는 것으로 사랑받기를 바랐다. p.57


아주 특별한 것은 없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우리네 어머니와 아주 다르면서도 아주 비슷하게 살아온 에르노의 어머니의 삶이 딸의 시선을 통해 담긴 책을 읽고 나면 너무도 당연하게 내 어머니의 인생을 떠올릴 것이다. 어느 누구의 인생도 한 권의 책으로 쓰일 수 있다. 에르노가 그의 아버지의 삶과 죽음을 써낸 <남자의 자리>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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