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프로젝트 50 #27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어떤 장르일지, 무슨 내용일지도 상관없다. 그 글을 읽을 수만 있다면!
물론 책을 읽는 내공이 얕은 나에게 그런 작가가 많지는 않다. 친구 덕분에 빠져들게 된 최은영, 정세랑 작가나 한 때는 존 그리샴의 소설들을 모조리 읽던 때도 있었다. 그래도 어릴 때부터 꾸준히 읽어오던 작가라고 한다면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다. <개미>부터 시작해 <뇌>, <타나토노트>, <천사들의 제국>, <신> 같은 장편 소설은 말할 것도 없고, <나무> 같은 단편집도 모두 읽었다. 너무 비슷해 식상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베르베르의 나름의 세계관에 빠져들어 연관이 없는 소설에도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만 소설이 너무 많아 이제는 이 책을 내가 읽었던가... 하는 순간들도 있지만, 여전히 그의 신작을 읽는 순간은 설렌다.
이번에 나온 <행성>은 <고양이>, <문명>에 이어지는 삼부작 중 세 번째 시리즈다. <고양이>에서부터 등장한 주인공인 고양이 바스테트는 머리에 '제3의 눈'이 달렸다. 이는 뇌에 usb 포트를 연결할 수 있는 접속단자인데, 이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해 인간 세상에 대해 배우고 인간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행성>에서는 쥐에게 점령당한 파리를 떠나는 바스테트와 고양이, 인간, 그리고 다른 동물의 무리가 뉴욕에 도착하면서 시작한다. 뉴욕의 상황도 파리와 다르지 않았다. 쥐들이 점령한 세상. 그곳에서 살아남은 인간들과 파리에서 건너온 고양이와 인간들이 다시 연합해 상황을 대처해나가는 이야기다.
고양이나 개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자기 반려동물과 의사소통하는 상상을 해보지 않았을까. 내 말을 강아지가 알아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 하지만 ‘소통'은 언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고양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인간의 생각과 행동은 너무나도 멍청하고 이상하다. 가끔은 바스테트가 거만하게 내뱉는 말이 내 삶의 고민을 해결해 줄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문득 인간이란 존재의 문제가 뭔지 알 것 같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상력을 행복보다 불행을 위해 쓴다. 인간들은 신이라는 것을 상상해 만들어 내고 그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서슴없이 죽인다. 인간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대상이 바람을 피운다고 상상하고 그 사람과 헤어진다. <행성 1>
삶에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어요. <사랑> 아니면 <두려움>. 첫 번째를 선택해요. <행성 1>
죽는 게 괴로운 이유는 더 이상 행동할 수 없기 때문이야. <행성 2>
<행성>에서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꼬집고 있다. 우리는 ‘인간'이 행성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지만, 사실은 그 또한 아주 잠시뿐이라는 것, 정치, 종교적인 문제로 국가 간, 종교 간 분쟁이 늘 끊이지 않고 그로 인해 우리가 파멸에 이를 수 있다는 것,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염병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것 등을 그의 상상력을 통해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