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 Dec 12. 2022

Beasts of a Little Land

책 읽기 프로젝트 50 #32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Pachinko>를 원서로 읽으며 극 중 인물들의 이름이나 한국어 대사를 줄곧 한국어로 상상하며 읽었다. Sunja는 선자일까 순자일까, 부산 영도에서 만난 선자와 고한수는 각각 부산 사투리와 제주도 사투리로 대화를 나누었을까 하며 말이다.



<작은 땅의 야수들Beasts of a Little Land>은 김주혜Juhea Kim 작가의 데뷔 소설이다. 민화 속의 호랑이가 그려진 표지는 이것이 우리네 이야기임을 알려진다. 한국이라는 작은 땅의 호랑이, 혹은 또 다른 야수들. 또다시 영어로 쓰인 우리의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 색달랐다. 이 소설의 주인공 중 하나는 Jade이다. 그녀의 이름이 한국어판에서 어떻게 번역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 이름이 옥일까, 영옥일까, 옥자일까 계속 상상하며 읽었다.


이 소설은 1900년대 초반, 평안도의 한 사냥꾼이 어느 겨울날 눈 덮인 산에서 호랑이 새끼를 만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호랑이 새끼를 살려준 인연으로 사냥꾼은 한 무리의 일본 장교들의 목숨을 구한다. 눈 덮인 산속의 풍경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나는 이 책에 빠져들었다.


The absence of sun and shadows made everything seem weightless, as if the trees, rocks, and snow were all made out of soft silver air. It seemed a halfway world, a world between other worlds. P.17


몇 년 후, 제이드Jade의 어머니는 딸의 손을 이끌고 평양에서 제일가는 기방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잡일을 하는 하녀로 딸을 써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평양에서 제일 유명한 기생 실버Silver는 제이드를 기생 후보생으로 들이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제이드는 가정형편을 위해 기방에 팔려 갔다. 실버의 딸들 루나Luna와 로터스Lotus와 함께 춤, 시, 일본어 등의 수업을 들으며 자란다. 어떤 계기로 이 루나, 로터스 그리고 제이드는 서울에 있는 실버의 사촌, 다니Dani에게 맡겨진다. 제이드가 기생 후보생에서 기생으로, 그리고 그 이후 살아가는 삶, 그 삶 속에서 만나는 인연들의 이야기를 아름다우면서도 잔인하게 담았다.


이 소설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사랑을 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상대를 보호하는 것이 사랑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희생이, 또 다른 이에게는 함께 미래를 그리며 내가 좋아하는 것과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것이 사랑이다. 한순간에 생겨나는 사랑이 있고, 단계별로 빠졌다는 사랑이 있다. 하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든 사랑이 변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삶을 더욱 충만하게, 가치 있게 만든다.


Life is only bearable because time makes you forget everything. But life is worthwhile because love makes you remember everything. p.398


매거진의 이전글 하얼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