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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Jan 17. 2023

안목

책 읽기 프로젝트 50 #33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에 혹은 예술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가?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다른 나라 여행을 갈 때면 빼놓지 않고 가는 곳이지만 우리나라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늘 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늘 미뤄왔던 것 같다. 지난해 한국에 여행을 다녀오면서 미술관과 덕수궁을 다녀왔는데 한국의 미술, 건축, 역사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직 잘 모르지만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던 중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의 책 <안목>을 읽었다. 미술사학자인 유홍준 교수는 독자들에게 미를 보는 눈,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안목이라는 단어가 흥미롭다. 꼭 예술을 말할 때만 쓰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술을 보는 안목은 높아야 하고, 역사를 보는 안목은 깊어야 하고, 현실 정치•경제•사회를 보는 안목은 넓어야 하고, 미래를 보는 안목은 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P.19


예술을 보는 안목에는 꼭 높낮이가 있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음악이나 아름다운 조각상, 그림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더라도 전해져 오는 감동이 있지 않던가. 저자는 예술을 보는 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미美를 보는 눈’을 우리는 ‘안목眼目’이라고 한다. 안목이 높다는 것은 미적 가치를 감별하는 눈이 뛰어남을 말한다. 안목에 높낮이가 있는 것은 미와 예술의 세계가 그만큼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보통 예술적 형식의 틀을 갖춘 작품을 두고서는 안목의 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기존 형식에서 벗어난 시대를 앞서가는 파격적인 작품 앞에서는 안목의 차이가 완연히 드러난다. P.12


책은 이렇게 안목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첫째 장에서는 우리 역사 속에서 안목이 높았던 인물들과 그 의견들을, 둘째 장에서는 우리 미술품을 수집했던 애호가들을 소개했다. 셋째, 넷째 장은 유홍준 교수 본인의 안목과 관련된 이야기다. 책을 쓰던 2016년 한 해 동안 열린 대가들의 탄신/서거에 맞춰 열린 회고전 리뷰를 셋째 장애 담았다. 넷째 장은 대규모 기획전에 부친 전문적인 평론이다.


책에서 말하는 예술품은 단지 그림이나 조각상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추사 김정희의 글씨, 고려청자나 조선 백자 등 도자기는 물론이거니와 부석사 같은 고건축古建築의 아름다움까지도 포함한다. 다른 종류의 예술품을 볼 때 어떤 것들을 보아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예를 들면 건축의 중요한 요소를 순서대로 꼽자면 첫째는 자리앉음새(location), 둘째는 기능에 맞는 규모(scale), 셋째는 모양새(design)가 있다. 도자기의 아름다움은 기형器形이 주는 형태, 빛깔, 문양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런 기준에 맞춰 점수를 매기듯 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도, 안목에서도 인용한 유한준(1732-1811)이 한 말이 이 책의 큰 맥락을 요약해 준다.

그러므로 그림의 묘미는 잘 안다는 데 있으며 알게 되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참으로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나니 그때 수장한 것은 한갓 쌓아두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작품을 볼 때 어디를 또는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그리고 그 작품이나 작가의 뒷 이야기는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작품을, 더 나아가 예술을 더 사랑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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