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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Jan 03. 2023

제 올해 결심은요

홍콩에서 코로나가 시작된 지 2년 11개월 하고도 1주일쯤, 그러니까 곧 3년이 되는 시점까지 한 번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그 사이 한국에도 세 번이나 다녀왔고, 야외활동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니 코로나에 노출된 적이 한 번도 없지는 않았을 테다. 그래서 여태껏 내가 그 "슈퍼항체"를 가진 사람인 줄 알았으나...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고 첫 출근을 한 다음날 아침, 목에 약간의 이물감이 느껴졌다. 편도가 부었나, 설마 드디어 올 것이 왔나 걱정을 하며 자가키트로 검사를 했다. 여전히 한 줄, 음성이었다. 불안했기에 그날은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비타민C를 왕창 삼키고 일을 마쳤다. 저녁을 먹고 다시 검사를 했더니 뭔가 희미하게 한 줄이 더 떴다. 지난 몇 년간 엉터리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에게 자가키트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확인시켰다. 


그렇게 아름다운 연말을 맞이했다.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기로 했던 모임이 파투 났고, 새해 첫날 집에 모여 함께 요리를 하기로 했던 친구들에게도 비보를 알렸다. 일주일치 캘린더를 비우고, 회사에도 연락을 했다. 확진 전 날 회사에서, 그리고 점심 약속으로 만났던 사람들에게 모두 연락을 돌렸다.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 


불행 중 다행으로 증상은 심각하지 않았다. 물론 기침에 코막힘은 있었지만 열이 나지 않았다. 조용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몇 년째 해온 나만의 연말리스트를 업데이트하고, 새로운 해에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1월 1일이 되자마자 새해 결심(New Year Resolution)을 공유하거나 묻는 사람들이 늘었다. 내가  2022년에 목표했던 것들은 숫자로 적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서평 50개 쓰기, 봉사시간 50시간 채우기 등등. 물론 수치화된 목표는 얼마나 달성(실패)했는지 확인하기 쉽다. 직장에서 신년 목표를 세울 때도 이렇게 구체적이고 수치화된 목표를 세우는 것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삶 속에서 일 년을 보내고 돌아볼 때 '책을 50권 더 읽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누군가는 연봉이 얼마나 올랐는지, 직급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혹은 어떤 자격증을 하나 더 가졌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준다고. 나에게 그런 것들은 큰 의미가 없다. 그런 가치나 노력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대변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23년에도 내가 하루하루 열심히, 인생은 되는대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1년 후 오늘,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내가 조금 더 여유롭고 친절하고 즐겁기를 바란다. 자주 주변을 돌아보고 멋진 노을을 더 많이 보기를, 내 사람들과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많이 웃고 좋은 대화를 나누기를, 그리고 고독을 충분히 즐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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